인생을 쥔 교수님의 甲질.."더럽지만 참고 피할 뿐"

입력 2014. 12. 16. 11:34 수정 2014. 12. 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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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건은 甲질의 '빙산 일각'폭언에 시장보기등 잔심부름 예사…추천서·논문때문에 속으로만 눈물

#1. 서울의 A 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한때 '득음'이 유행이었다. 여학생들이 학과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나가 노래를 불렀다.

이처럼 이 학교 여학생들이 회식 때마다 '마이크 쟁탈전'을 벌인 이유는 한 노교수의 못된 손버릇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노래방에서 옆자리에 여학생이 앉으면 언제나 손을 잡거나, 같이 춤을 추자는 등 어이없는 행동을 하기 일쑤였다. 여학생들은 교수의 손을 피해 마이크를 잡았고 "차라리 목이 터질 때까지 노래를 부르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2. 지방의 B 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한 여학생은 재학 당시 수업마다 성희롱을 일삼던 교수의 일화를 전했다. 이 교수는 수업시간마다 특정 여학생을 바라보며 "너 정말 예쁘다"며 손을 잡고 수업을 진행했다. 외부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는 두어 명의 여학생을 지목해 "너희 둘은 내 양 옆에 타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례는 최근 2년~3년 전에 있었던 일부 대학교에서 실제 벌어진 일로, 해당 학교를 졸업하고 학과와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대학원 여학생들 사이에서 교수의 직접적 성추행이나 언어적 성희롱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이상으로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실제 현재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노출된 사건이 아닌 이상 스스로 나서서 증언하길 꺼려했다.

이처럼 대학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고발'이나 '증언'이 어려운 이유는 폐쇄적인 학계의 분위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현재 미국에서 수학 중인 김모(31ㆍ여) 씨는 "다른 학생의 사례를 내가 밝힐 경우 교수가 아니라 해당 학생에게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성추행 사건이 은폐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학생은 "술자리에서 손을 잡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것은 예사지만 피해자 본인의 인생을 교수가 쥐고 있기 때문에 저항하기 힘들다"며 "여성의 경우 대학원 박사까지 오면 나이도 많아져서 다른 진로를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교수에게 밉보여 논문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유학 추천서를 써주지 않을 경우 인생이 모두 망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서울 명문사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관련 연구소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는 한 남성은 "대학원에 다닐 때 교수 아들의 시험공부를 봐 주거나, 사모(교수의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간 적도 있다"며 "성추행 사건은 교수의 '甲질' 중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원의 폐쇄적 구조 때문에 학생들은 자포자기하고 상황을 받아들인다.

학생들은 "언론에 노출되는 사건들은 해당 학과 학생들이 모든걸 포기하고 나서는 것"이라며 "교수들의 '甲'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요령껏 상황을 피하고, 참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불거진 교수 성추행 사건에서도 학교 측이 진상조사를 하거나 징계를 내리는 대신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서울의 한 대학교 공과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하며 유학을 준비 중인 이모(33) 씨는 "최근 서울대 사건을 보고 한 교수는 '학생들이 학자의 인생을 망쳤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오히려 다른 학과 교수들은 언짢아하고, 그 학과의 피해 학생들은 언짢아하는 교수를 보면서 상황을 함구하는 폐쇄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래 엘리트를 위한 영어신문 주니어헤럴드유이 '호구의 사랑' 캐스팅, 이유 보니…'완벽하네'헨리 여동생 '미스 토론토 출신', 대회 영상 보니? '완벽 미모에 몸매까지…'이 악물었지만… 송가연 "항복 안 했다"케이트 업튼, 사생활 사진유출 "남친과 올누드로…"日 G컵녀 시노자키 아이, '주체안되는 볼륨'쏘나타→아반떼→모닝, 중산층의 몰락이 가져온 엔트리 카의 '변화'수지, 밖에선 과감? 中 공연 파격 의상 보니…'가슴골 노출까지''힐링캠프' 션 정혜영 "10년 간 안 싸운 비결…3가지만 명심"남성들이 여자친구의 '섹시한 속옷'을 좋아한다는 편견을 버려라강소라, '3만원 드레스' 명품 만든 비결이…발레 스트레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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