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교수 '꼼수 사표'에 반발 커지자.. 서울대 "총장 귀국 후 사표 수리 결정"

김경필 기자 입력 2014. 11. 29. 02:57 수정 2014. 11. 29. 02: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년간 재학생 2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수리과학부 강모(53) 교수의 사표를 수리한다는 서울대의 방침에 대해 서울대생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성추행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강 교수는 서울대 차원의 진상 조사와 징계 절차에서 자유로워질 뿐 아니라 퇴직금 수령 및 이직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강 교수 성추행의 피해자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진상조사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사표를 수리해 사건을 덮어버리려 한다"며 "성낙인 총장은 사표를 반려하고 강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서울대 측이 "학생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강 교수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 것에 대해 비대위는 이날 "학생들의 수업권을 고려했다면 강 교수는 수년 전에 파면됐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를 대신하고 있는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도 "비대위·대학원생 총협의회와 함께 사표 수리 방침이 철회될 수 있도록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도 학교 측을 비난하는 여론으로 들끓었다. 스누라이프는 지난 10일 강 교수가 여대생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피해자들이 나서 피해 사례를 수집하기 시작한 곳이다. 학생들은 "사표를 반려하고 조사를 벌여 결과에 따라 징계하는 게 정당한 절차인데, 학교 측이 사건을 덮기 급급해 서울대를 '성추행을 쉬쉬하는 곳'으로 만들었다"며 학교 측을 비난했다. 지난 2011년 제자 폭행 혐의로 파면된 성악과 김모 교수의 예를 들며 "제자 폭행은 '파면'이고 성추행은 '무한한 관용'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학생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남학생들도 피해자들을 돕겠다면서 나서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다른 성추행 교수들도 발본색원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27일 비대위의 기자회견 때도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남학생 5명 등 재학생 7명이 피해자들을 대신해 현장에 나서기도 했다.

또 경영대 모 교수 등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성차별 발언을 일삼는다" "술자리에서 여자들에게 볼에 뽀뽀를 시킨다"는 제보가 잇따랐고, 일부 학생들이 "인권센터·언론에 제보하자"며 피해 사례 수집에 나섰다.

반발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강 교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해외 출장 중인 총장이 내달 1일 귀국하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