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성추행 교수 얼렁뚱땅 '꼼수사표'라니

입력 2014. 11. 29. 02:20 수정 2014. 11. 2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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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의 사표를 학교 측이 바로 수리하겠다고 해 논란이다. K교수는 26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서울대는 곧바로 이를 받아들여 면직처분하기로 했다. 사표 수리 절차는 다음 주쯤 완료된다. 의원면직 처분을 받으면 현재 진행 중인 서울대 인권센터의 진상조사는 중단된다. 당연히 징계도 할 수 없다. 해임이나 파면 등 징계를 받으면 여러 불이익이 따르지만 면직은 다르다. 퇴직금이나 연금을 받을 수 있고 다른 대학 임용도 가능하다. K교수의 사표를 두고 '꼼수 사표'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K교수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그는 7월 2014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데리고 일하던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성 인턴을 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도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이후 일부 피해자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지난 10년간 피해를 봤다는 22명의 사례를 수집해 26일 발표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진상조사도 안 해보고 마무리한 서울대의 태도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학교 측은 '2011년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K교수의 신분이 공무원에서 사립교원으로 바뀌어 사표를 반려할 권한이 없다'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향후 다른 교수나 교원이 성추행이나 중대한 잘못을 저질러도 사표를 내기만 하면 역시 바로 징계 없이 끝내겠다는 말인가. 이러니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13개 대학 대학원생 2354명을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대로 피해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쉬쉬'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 교수한테 성희롱 등을 당했다는 응답자가 45.5%나 됐고, 이 중 65.3%는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대답했다.

이런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서울대가 사표 수리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진상조사를 하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2, 3의 K교수'가 강단에 발을 디디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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