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는 교수 성범죄 사표로 끝내려 하는가

김기홍 2014. 11. 2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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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학생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수리과학부 K교수가 낸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K교수는 지난 7월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자 인턴을 추행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22명이다. 혐의를 부인하던 K교수는 사표를 냈고 학교 측은 면직 처분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면직은 해임, 파면과 같은 징계조치가 아니다. 퇴직금이나 연금, 재취업에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될 법이나 한 일인가.

해명이 궁색하다. 학교 측은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교수가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사표를 계속 유예할 권한도 없다"고 했다. 납득하기 힘든 말이다.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 하는 인상이 짙다. 범죄를 저질렀으면 철저한 조사를 하고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어정쩡한 대응을 하니 교수 사회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

교수 성추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려대 교수는 여성 대학원생을 수개월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9월에는 술자리에서 조교를 성추행한 한 한의대 교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교수의 성범죄가 이어지는 것은 독특한 대학 구조와 대학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에서 비롯된다. 교수와 학생은 갑을관계에 놓여 있다. 교수는 학생의 학점, 학위, 진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약점을 이용해 성범죄를 일삼은 교수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대응은 솜방망이이다.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국립대 교수 24명 가운데 해임 또는 파면된 교수는 4명뿐이다. 나머지는 가벼운 감봉, 견책 처분만 받고 강단에 서 있다. K교수 사건만 해도 학생들의 진상조사 요구가 빗발친다. 하지만 서울대는 사표 수리로 적당히 끝내려 한다.

교수는 그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학은 지성을 대표하는 상아탑의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엄한 징계가 그 출발점이다. 서울대는 K교수의 사표 수리를 미루고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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