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 서울대 교수의 '꼼수 사표'?

김경필 기자 2014. 11. 2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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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53) 교수가 지난 26일 사표를 제출했다. 그날은 서울대 여학생 22명이 '강 교수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발표한 당일이다.

강 교수는 지난 7월 28일 서울 한강변 한 벤치에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던 여대생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강 교수에 대한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강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이후 일부 피해자가 나서 'K교수 사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지난 10년간 피해를 봤다는 22명의 피해 사례를 수집해 26일 발표했다.

비대위 등에 따르면 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일상적 연락을 구실로 메시지를 보내 답장을 유도하고 '감기 걸려서 안 아픈 데가 없는데 널 보면 나을 것 같다'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27일 서울대가 "다음 주 중 강 교수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힘에 따라, 강 교수에 대한 서울대 차원의 진상 조사와 징계 절차는 중단될 전망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강 교수는 더 이상 서울대 교원 신분이 아니어서 서울대가 강 교수를 조사·징계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의원면직(依願免職)처리하면 파면·해임과 달리 연금을 다 받고 타 대학에 교수로 재임용될 때 아무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김병문 서울대 교무처장은 "2011년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강 교수의 신분도 공무원에서 사립교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표를 반려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서울대의 사표 수리 방침에 대해 "조사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학교가 사표를 수리해 사건을 덮어 버리려 한다"며 "피해자들은 학교 측의 사표 수리 방침에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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