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케아 열풍에 배송·설치, 구매 대행 틈새업종도 붐

전수민 기자 2015. 2. 24.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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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자체 서비스하지만 최대 16만원 '배보다 배꼽'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최모(26·여)씨는 최근 이사하며 수납장을 비롯해 집을 꾸밀 가구와 소품을 모두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에서 구입했다. 하지만 이케아 광명점에 간 적도,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하는 '조립'도 한 적이 없다. 구입부터 조립까지 대신 해주는 '이케아 구매대행 업체'에 맡겼다. 지난해 12월 18일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이 한국 소비자들을 만나 낳은 진풍경 중 하나다.

수도권에 살더라도 이케아 광명점에 가서 5시간 안에 쇼핑을 마치기란 쉽지 않다. 주차부터 어려운 데다 원하는 제품의 재고가 없는 경우도 잦다. 가구를 싸게 파는 대신 조립과 설치를 소비자에게 맡기는 'DIY'(Do It Yourself) 방식도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다.

이에 이케아는 지난달 말부터 배송·조립·설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비용이 물건값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기본료만 6만9000원. 대전은 14만원, 더 먼 지방은 최대 16만원까지 불어나기도 한다. 제주도는 아예 배송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매장에선 배송·조립·설치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틈새시장을 더 싼 배송료와 조립 수수료를 무기로 구매대행 업체들이 파고들었다. 기존 물류업체나 가구 전문 온라인업체 등이 이케아 구매대행으로 '업종'을 바꿨다. '미케 책상'의 경우 이케아에서 구매하면 매장가 5만9900원에 배송·조립 비용까지 최소 12만8900원이 든다. 반면 구매대행 업체를 거치면 수수료를 포함해 9만∼11만원이면 된다. 이케아 코리아 관계자는 "배송·조립 서비스의 인기가 한국에서 유독 높은 편"이라며 "이케아 상호와 마크를 도용하지만 않으면 2차 판매로 수익을 거둔대도 문제 삼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창고에서 물건을 팔고, 소비자가 직접 나르고 조립하는 유통방식을 통해 이케아는 싼 가격을 유지한다. 배송·조립·설치 서비스를 받으면 이케아 가구를 사나 다른 가구업체를 이용하나 차별성이 없게 된다. '불편한 쇼핑'이라는 이케아의 비즈니스 모델이 독특한 한국 소비자를 만나 구매대행이라는 '이케아 2차 사업'을 낳고 스스로도 변형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케아 태풍'을 바라보는 가구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한 업체 관계자는 23일 "이케아가 막강한 자본력과 생산망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 가구업체를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케아를 대형마트로 간주하고 영업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케아는 가구 외에 조명, 침구, 장난감, 인테리어 소품 등 1만여종의 생활용품을 판다. 하지만 전문점으로 분류돼 의무휴업, 영업시간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경기도 광명시는 지난해 12월 31일 영업규제를 위한 법 개정을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전문점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케아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 광명시내 가구·생활용품 업체 200곳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55%가 이케아 입점 후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매출 감소율은 평균 31.1%에 이른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4개 매장을 추가로 열 방침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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