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명분 삼아 금융 규제 완화?

김동인 기자 2015. 4. 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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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풀어야 한다.'

핀테크를 언급하는 사람마다 빠뜨리지 않고 곁들이는 말이다. 도대체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일까.

핀테크에 관한 규제 이슈는 크게 기술(보안) 규제와 금융 규제로 나뉜다. 핀테크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 규제다. 보안을 약화시켜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핀테크 사업자나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튼튼한 시스템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보안성 심의, 인증방법평가위원회 제도 같은 '사전 규제'로 보안을 확보하려 했다. 정부가 정한 보안 규칙을 사전에 심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신규 핀테크 사업을 벌이기 어려웠다.

이런 사전 규제가 오히려 보안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정부 지침만 따르면 되기 때문에, '우리는 하라는 대로 다 했다'는 식의 책임 회피 통로를 만들어 보안에 적극 투자하고 사용자 편의를 높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기술 규제와 달리, 금융 규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업법, 금융실명제, 금산분리를 풀어야 할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핀테크 업체가 금융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장벽이 너무 높고(은행은 자본금 2000억원, 신용카드 회사는 400억원 이상), 금융실명제상 계좌를 개설하려면 면대면 실명 확인이 필수라 '지점 없는 은행'을 설립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일부 규제완화론자들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에 경계를 만드는 금산분리도 'I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기 어렵게 만든다'라며 완화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규제는 섣불리 없애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금산분리와 금융실명제는 재벌 기업으로 인한 금융 왜곡을 방지하고, 금융범죄나 차명계좌를 막기 위한 핵심 시스템이다. 단순히 금융업에 진출하는 외부 핀테크 업체를 성장시키기 위해 무작정 풀 수 있는 규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금융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재계에서 핀테크 활성화를 좋은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관련 규제가 한국보다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미국에서 핀테크가 가장 성장했다는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토양을 개선하기 위해 울타리까지 뽑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김동인 기자 /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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