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구로다 총재 vs 정책위원들 갈등 증폭..日 통화정책 향방은

김지훈 기자 2015. 5.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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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냈지만 BOJ 내부에선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BOJ 정책위원들은 구로다 총재가 시작한 양적완화(자산매입)의 효과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이 BOJ의 통화정책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로다 총재는 28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자산 버블(거품) 또는 주식시장 버블이 있다고 보지 않지만 신중한 관찰을 계속할 것"이라며 "엔화가 (장래에) 절상될 수 있지만 엔을 비롯한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기반여건)과 동조해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도쿄 증시가 엔화 약세(엔저)에 힘입어 고공행진했지만 버블에 휩싸인 단계는 아니란 얘기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은 그가 추가 통화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구로다 총재는 양적완화가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일본과 유럽보다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정책 정상화(금리인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과 유럽 경제는 그만큼 강하지 않아 당분간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4월 취임 후 처음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전면적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불황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해 물가상승률을 2%로 높인다는 게 목표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양적완화 규모를 연간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렸다. 일본 정부가 같은 해 4월 단행한 소비세율 인상 조치로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면서 BOJ가 경기부양에 더 속도를 낸 것이다.

그러나 BOJ 내부에선 최근 구로다 총재의 통화완화 의지에 역행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BOJ 위원들의 성향이 통화완화를 지지하는 비둘기파도, 통화긴축을 주장하는 매파도 아닌 애매한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구로다 총재가 추진하는 통화완화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BOJ가 전날 공개한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시라이 사유리 정책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2016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3월) 말이 돼야 물가상승률이 2%에 다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사토 다케히로 위원은 2017회계연도까지 2%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이는 BOJ의 공식 전망보다 훨씬 비관적인 것이다. BOJ는 당시 낸 물가전망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할 수 있는 시기를 '2015회계연도'에서 '2016회계연도 상반기'로 늦춰 잡았다.

주목할 것은 이들 세 명의 위원들이 지난해 10월 BOJ가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하던 회의에서 양적완화 확대 신중론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특히 기우치 위원은 지난 4월과 이달 2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제안했다. 사실상 긴축을 요구한 것이다.

양적완화 확대 또는 축소를 둘러싼 BOJ 내부의 의견다툼은 오는 10월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올 봄 일본 기업들의 임금인상 효과가 그때쯤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최근 36명의 유력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64%(23명)가 이르면 10월에 BOJ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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