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침이 여유롭다" vs "등굣길 걱정된다".. 서울 초중고 35% 9시 등교 첫날

박세환 기자 입력 2015. 3. 3. 02:43 수정 2015. 3. 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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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30분 더 자고 식사까지.." 반색 vs 맞벌이 부모 "누가 데려다 줄지.." 난색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오전 8시20분 서울 강동구 강일중학교 앞. 빨간색 경광봉을 든 학교지킴이 김동선(60)씨가 횡단보도에서 교통지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은 한산했다. 8시20분부터 10분간 학교 정문으로 들어선 학생은 40여명에 불과했다. 김씨는 "지난해는 등교시간이 8시30분이라 이 시간대에 전교생(660여명)의 70%가량이 학교에 왔다"며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서울 초·중·고교 1299곳 중 462곳이 '9시 등교'를 시작했다. 중학교도 14곳이 참여한다. 강일중은 그중 하나다. 9시 등교를 할지 말지는 투표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학생·학부모의 9시 등교 찬반투표 결과는 찬성 663표에 반대 492표였다. 반대도 만만찮았다. 학교 측은 절충안으로 등교시간을 30분 늦추되 점심시간을 10분 줄이고, 하교는 오후 3시10분(6교시 기준)에 그대로 하기로 했다. 강일중 전안나(32·여) 교사는 "교사 출근시간도 10분 늦춰져 학생과 교사 모두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이 9시에 등교하면 수업은 9시 10분부터 진행된다.

9시 등교를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의 시선은 어떨까. 학생들은 대부분 반겼다. 8시40분이 되자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오전 9시까지 20분간 학생 200여명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학교에 왔다. 서울 둔촌동에서 통학한다는 2학년 이세영(15)양은 "보통 오전 6시50분쯤 일어나 7시40분에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20분 더 잤다"며 "머리가 맑고 개운한 것 같다"고 했다. 8시58분에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 3학년 김형서(16)군은 "평소 일과에서 딱 30분이 늦춰져 8시40분에 일어났다. 집이 가까워 금방 올 수 있었다. 9시 등교를 안 하는 주변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2학년 김민준(15)군도 "30분 더 자고 아침도 먹고 와 하루가 든든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만난 학생 21명 가운데 18명은 '등교시간이 늦춰져 좋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3명은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학생과 달리 일부 학부모는 난색을 표했다. 강일중 학부모 A씨는 "원래 아이와 함께 집에서 나왔는데 오늘은 아빠가 출근할 때까지 계속 자고 있었다"며 "제 시간에 학교에 가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 B씨(41·여)도 "찬반이 비슷한데도 학교가 9시 등교제를 강행하는 건 민주적이지 않다"며 "워킹맘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지적했다.

부모와 함께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둔 맞벌이 부부의 불만은 컸다. 등교도우미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김모(39·여)씨는 "아이를 더 재우고는 싶은데 회사 출근시간과 정확히 겹쳐 눈치가 보인다"며 "남편이 오늘 하루는 데려다줬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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