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깡통전세 대란', 최소 3년이상 간다고?

김현주 입력 2015. 2. 28. 17:55 수정 2015. 2. 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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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사는 김모(44)씨는 최근 전세 연장을 놓고 집주인과 얼굴을 붉혔다. 김씨가 살고 있는 전셋집은 매매가가 11억원 초반이지만 전세금 5억원에 집주인 대출이 4억원 있어 이른바 '깡통전세'다. 전세금과 집주인 대출을 합치면 집값 대비 79%나 되는 '깡통 중 깡통'이지만 집주인은 최근 집값과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며 인근 시세(6억원 중반)에 맞춰 5000만원을 올려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결국 자비로 100만원 넘는 돈을 내고 전세금보증보험 상품에 가입한 후에야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했다"고 하소연했다.

#2. 직장인 박모(35)씨는 최근 전세난에 쫓겨 경기 하남시의 1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찾아내고는 가계약금 100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융자가 2000만원이라는 중개업소의 말과 달리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니, 근저당이 무려 1억6000만원이나 설정돼 있었다. 중개업자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아 기존 월세입자의 보증금을 내어주고 나머지는 모두 갚을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박씨는 계약을 파기하고 가계약금을 돌려받았다. 그는 "시세 2억3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융자가 지나치게 많아 불안해서 계약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서도 실 계약기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어 100%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주택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불과 900만∼1000만원에 그친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22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SK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지난달 6일 최고 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까지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2억원 안팎이었지만 4000만원 높은 값에 계약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 실거래가격은 2억4900만원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세가격에다 900만원만 더 보태면(취득세·등기비 등 제외) 해당 아파트를 아예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전세가율도 96.4%로 지난달 성북구의 평균 전세가율(73.4%)을 크게 웃돌았다. 이 아파트는 1월9일에 또다른 전세가 2억3500만원에 계약되기도 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는 주택형별로 하나 구하기도 어려워 대기수요가 줄을 섰다"며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고, 이로 인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 계약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강동구의 경우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59㎡ 전세가 지난달 초 최고 3억3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매매 물건이 3억4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1000만원 싼 것이다. 해당 주택의 전세가율은 97%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62.3%)과 34%p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또 다른 매매 실거래가격인 3억7000만원에 비교해도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암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가 품귀현상을 빚다보니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매매 물건의 경우 전셋값에 1000만∼2000만원만 더 주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견디다 못해 모자라는 금액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도 한다"고 전했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1차 전용 59㎡는 지난달 6일과 14일 각각 2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지난달 팔린 매매가 3억1650만원의 91.6% 선이다.

이런 가운데 심지어 경기도에서는 아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실제 화성시 병점동 한신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거래된 전세가가 최고 1억7000만원으로, 역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격(1억6900만원)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치솟은 것은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물건 자체가 없다보니 월세 시세와 별개로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뛰는 것.

이에 따라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이 평균 66.1%, 경기도가 69.5%로 아직 70%에 못미치지만 실제 개별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0%를 넘어선 곳이 부지기수다.

고양시 화정동 옥빛주공15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신고된 전셋값이 1억7500만원으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1억9900만원)의 88%에 달했고, 수원시 권선동 대원신동아 60㎡도 지난달 신고된 전셋값(1억7500만원)이 매매가격(2억원)의 87.5%선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자 아예 집을 사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의 경우 지난 1월에 신고된 매매 건수가 10건인데 비해 순수 전세 계약건은 단 3건에 그쳤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도 전 주택형을 통틀어 지난달 전세계약 건수는 9건인데 비해 매매건수는 10건으로 더 많았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면서 일명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 나중에 집이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깡통전세의 문제는) 추후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난이 서울은 물론 수도권으로도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보증부 월세(반전세) 물건까지 자취를 감췄다"며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하락할 경우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으므로 계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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