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패 보여주고 시작한 韓, 속내 숨긴 美

입력 2014. 10. 25. 05:03 수정 2014. 10.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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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전력 모두 미국에서 도입하며 경제적 이득 안겨줘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한·미 양국이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군사·경제적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미국에게도 필요한 조치였지만 한국이 먼저 이를 제안하면서 협상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미 양국은 23일(현지 시간)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합의하면서 시점을 명시하지 않는 대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주도적·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군국의 능력 구비라는 조건이 완성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전작권 전환의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한국군의 '한미연합 선제타격 시스템(킬체인, 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완성되는 2020년대 중반을 전환 시점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킬체인과 KAMD 완성 과정을 들여다보면 타격 수단인 F-35A와 방어수단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 그리고 정찰 수단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모두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또, 이번 SCM에서는 의제에서 빠졌지만 평택으로 이전할 주한미군에 중·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는 문제도 곧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며 당장은 미군이 비용을 부담하겠지만 추후에 우리 정부에 구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미국으로부터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를 구매하는 대가로 얻어낸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미국 측에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먼저 요구하면서 처음부터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당시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오는 2015년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겉으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동북아시아의 안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미국 입장에서는 두 손을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선, 중국이 군사대국으로 급부상 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에 전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 '역내 안보 환경'을 조건에 포함시킨 것도 중국 견제 목적으로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시에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료했고 여기다 핵무기 소형화까지 추진하면서 북핵은 더이상 한국 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가 돼버렸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도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 오면서 미국은 협상의 우위를 점하며 경제적 이득까지 취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굴욕적인 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F-35A 구매 계약으로, 우리 정부는 7조 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미국 측에 지불하면서도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안보측면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가지 못한 측면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최후에 보여줘야할 패를 먼저 보여준 뒤 협상에 들어가 손해를 본 반면, 미국 정부는 끝까지 속내를 숨긴 덕분에 협상을 주도하며 실리를 모두 취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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