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뉴엘 법인카드 펑펑, 고문료 꿀꺽.. '관피아' 조계륭

남상욱 2014. 12. 3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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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 사장 시절 지급보증에 영향력, 퇴직 후까지 억대 가까운 금품 챙겨

검찰 조사 후 긴급체포...영장 청구

'1조원대 허위수출'행각을 벌었던 가전업체 모뉴엘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계륭(60) 전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사장이 모뉴엘의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사용하고 매달 수백만원을 고문료 명목으로 입금 받는 등 약 9,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전형적인 범죄 행태를 보였다고 판단하고, 30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현직 시절 모뉴엘 박홍석(52ㆍ구속기소) 대표로부터 수백만원짜리 무기명 선불카드를 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사장은 전신인 수출보험공사 때부터 무보에서 일하다 2011년 6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모뉴엘은 당시 자금난을 겪고 있었으며 무보가 대출 지급보증을 해주지 않을 경우 파산할 위기였다. 검찰은 박 대표가 조 전 사장을 통해 모뉴엘 지급보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퇴직한 후에도 박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의 현금을 포함, 지속적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위반)도 받고 있다. 모뉴엘의 협력업체를 통해 매달 계좌로 300만~400만원씩 고문료를 챙겼으며 모뉴엘 법인카드로 2,000만원가량을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 전 사장은 모뉴엘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한 로펌의 고문으로 영입돼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현직 때부터 최근까지 모뉴엘로부터 받은 돈이 9,000만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무보 직원들과 (박 대표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준 적은 있지만 일상적인 인사였을 뿐 업무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무보가 설정한 모뉴엘의 무역보험ㆍ보증 책임한도가 2009년 8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8,700만달러로 급증한 배경에 조 전 사장의 영향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을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곧바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또 조 전 사장의 비서팀장으로 일했던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47)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정씨 역시 모뉴엘로부터 수천만원의 유흥접대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 10월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여권 정지 등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한편 검찰은 2012년 모뉴엘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박 대표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조사팀장이었던 오모 역삼세무서 과장을 구속기소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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