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륭 前 무역보험공사 사장 모뉴엘서 금품수수 단서 포착
조계륭(60·사진) 전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사장이 가전업체 모뉴엘의 금품 로비를 받은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사장은 2011년 6월부터 무보 사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10월 돌연 사표를 냈다. STX그룹에서 억대 뇌물을 받은 유창무(64) 전 사장에 이어 무보 전직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만 올 들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모뉴엘 박홍석(52·구속기소) 대표로부터 단기수출보험 및 보증의 총액한도 상향 등 업무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 전 사장을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박 대표가 지난해 말 퇴직한 조 전 사장에게 접근해 모뉴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무보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하며 최근까지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무보 사장 재직 당시의 행적도 살펴보고 있다. 조 전 사장은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조 전 사장을 소환해 박 대표와의 관계, 금품 수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2007년부터 모뉴엘의 홈시어터PC를 납품받은 뒤 수천억원대 매출채권을 발행해준 KT ENS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모뉴엘은 KT ENS 측에 지속적으로 "거래 규모를 유지해 달라. 이익률을 좀 더 늘려 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KT ENS 직원 전모씨가 모뉴엘의 청탁을 들어주고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국세청도 모뉴엘의 로비를 피해가지 못했다. 검찰은 2012년 모뉴엘 세무조사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봐주고 박 대표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역삼세무서 오모(52) 과장을 이날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 혐의가 매우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세청은 2012년 모뉴엘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였다. 매출 서류 조작 흔적이 발견됐으나 150억원 정도의 세금을 추징한 뒤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과장은 당시 국제거래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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