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홈시어터PC 수출한다는데..눈뜨고 당한 은행

임원기 2014. 11. 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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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모뉴엘'은 없나 관세청 "모니터링 강화"

[ 임원기 기자 ]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조사를 하면서도 이해가 안 갔다."

31일 모뉴엘 사건과 관련된 브리핑을 하던 중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담당자가 한 말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홈시어터PC(HTPC)는 200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거의 판매가 되지 않은 제품이어서 대출 담당자가 수출제품 목록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을 것"이라며 "제보가 없었다면 피해가 더 커질 뻔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뉴엘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과 신용보증서를 내준 무역보험공사도 사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보의 보증서에 일방적으로 기댄 은행의 대출관행, 수출기업의 전년도 실적만 믿고 현장조사를 외면한 무보의 업무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제2, 제3의 모뉴엘' 같은 기업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 유령 회사를 세워놓고 수출서류를 조작하는 경우 허위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모뉴엘의 경우 은행 실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10억원을 투자해 위장 공장까지 세웠다. 이 공장엔 평소 아무도 일하지 않았지만 은행 직원이 출장을 오면 30여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긴급 투입, 실제 공장을 돌리는 것처럼 위장해 의심을 피해 나갔다.

관세청 관계자는 "일단 앞으로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며 "수출입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등을 정밀분석하는 등 면밀한 모니터링과 추적조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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