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모뉴엘, 진짜 매출은 700억

임원기 2014. 11. 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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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모 드러난 모뉴엘의 3조2000억 무역금융 사기 6년간 廢PC 위장수출로 은행 빚 돌려막기 朴대표, 466억 빼돌려 로비·도박 등에 탕진

[ 임원기 기자 ]

지난 8월20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PC를 팔면서 수출서류를 조작하는 가전업체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회사 직원이었다. 한때 제조업 벤처신화로 주목 받았던 가전업체 모뉴엘의 몰락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은행 돈으로 은행 빚 갚아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모뉴엘의 허위 수출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뉴엘은 미국에 판매했던 홈시어터PC(HTPC) 물량 상당수가 고객 불만으로 반품되면서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현지 판매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박홍석 대표는 수출했던 제품을 다시 들여온 뒤 과거 수출했던 기록을 근거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급한 자금을 융통했다.

가짜 서류로도 대출이 쉽게 되자 박 대표는 대범하게 가짜 수출 규모를 더욱 키웠다. 2009년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대형 인터넷 쇼핑업체를 끌어들였다. 폐기 처분된 PC, 반품된 HTPC 등을 고가 컴퓨터로 위장해 미국 유명 쇼핑몰 A사 등에 수출하고 현지에 설립한 해외법인 등을 통해 몇 차례 물건을 돌린 뒤 수출했던 제품을 한국으로 다시 수입했다.

이 과정에서 A사 등은 모뉴엘에 6개월 뒤에 돈을 준다는 수출채권을 끊어줬고 모뉴엘은 허위 수출채권과 무역보험공사 보증서를 앞세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대금은 수입품에 대한 대금 지급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지사를 통해 A사 등 해외쇼핑몰 업체 계좌로 흘러갔고 다시 모뉴엘로 자금이 들어왔다. 모뉴엘은 이 돈을 받아 은행 대출금을 갚았다. 물품이 나가는 시기와 대금을 받는 6개월간의 시차를 이용해 은행 돈으로 은행 빚을 갚는 '연쇄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이렇게 돌린 금액이 5년7개월간 3조2000억원에 달한다.

껍데기밖에 없는 회사가 매년 수천억원을 돌려막기하면서 금융권의 돈을 착복한 것이다. 작년 매출 1조2000억원의 내역을 들여다본 관세청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7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94%는 서류 조작,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가공매출이었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잘만테크도 매출의 30%는 가공매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성일 서울본부세관 조사국장은 "무보가 전년도 매출 실적을 초과하는 금액의 대출을 보증해줬기 때문에 이런 돌려막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수출 실적이 있으면 15억원을 보증해줬기 때문에 돈을 돌려막고도 운영자금을 남길 수 있었다는 뜻이다.

◆빼돌린 자금으로 흥청망청

모뉴엘이 해외에 판매했다고 한 HTPC 대부분은 이와 같은 수출서류 조작을 통한 허위수출이었다. 수출서류 조작을 위해선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박 대표는 로비를 통해 미국 A사, N사, 중국 C사 등과 거래 계좌를 만들고 이 계좌로 수출입 대금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관세청은 박 대표가 A사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로비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외국 업체들은 모뉴엘로부터 제품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수출채권을 끊어주고 계좌를 통해 돈을 주고받았다.

관세청은 박 대표가 빼돌린 466억원 중 239억원이 해외 현지 브로커, 업자 등에 로비 명목으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 박 대표는 로비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미국 부동산 구입(33억원), 개인부채 상환(25억원) 등에 사용했다. 이 밖에 생활비로 39억원을 썼으며 제주 별장을 구입하는 데 16억원, 아내 명의의 서울 압구정동 커피숍과 연예회사 설립 등에 44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주권자란 신분을 이용해 카지노 등을 출입하며 도박자금으로만 40억원을 탕진하기도 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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