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2000억 사기대출 모뉴엘 대표, 비자금 만들어 도박-별장 구입

입력 2014. 11. 1. 03:02 수정 2014. 11.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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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모뉴엘 미스터리'
홍콩에 가짜 조립공장 세우고.. 은행실사 대비 현지인 채용도

[동아일보]

수출 물량과 대금을 부풀린 혐의로 대표이사가 구속된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최근 5년간 허위 수출신고로 은행에서 3조2000억 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뉴엘 박홍석 대표(사진)는 비자금 446억 원을 조성해 카지노 도박, 미국 주택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1일 허위로 수출신고를 하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로 구속된 박 대표와 모뉴엘 임직원들의 사기대출 금액이 3조2000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9년 1월∼올 7월 3300여 차례에 걸쳐 홈시어터 PC케이스 120만 개를 수출하면서 수출단가를 300배 넘게 부풀렸다. 홈시어터 PC케이스의 대당 단가는 8000∼2만 원으로 총 수출 가격은 96억∼240억 원이었지만 당국에는 3조2000억 원이라고 신고했다. 이를 근거로 어음(외상매출채권)을 발행해 은행에서 부당대출을 받았다.

모뉴엘은 150∼180일의 어음 만기가 돌아오면 같은 수법으로 허위 수출신고를 반복해 '돌려 막기'를 했다. 이들은 실제 수출입이 이뤄지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100만 달러(약 10억6000만 원)를 들여 홍콩에 창고와 가짜 조립공장도 세웠다. 평소에는 공장을 방치하다가 은행, 회계법인이 실사할 때에는 현지인 30여 명을 급히 채용해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시늉을 내도록 하는 대담한 수법을 썼다.

박 대표 등은 이런 수법으로 대출받은 자금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한 뒤 빼돌려 446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박 대표는 40억 원을 서울 시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으로 탕진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어바인의 고급주택(10억 원)과 제주도 리조트(16억 원)를 구입하는 데에도 사용했다. 28억 원은 주식 투자, 신용카드 대금 납부 등에 쓰고 16억 원은 박 대표 부인 명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2층짜리 커피숍을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부당 대출금 3조2000억 원 중 현재까지 은행에 갚지 못한 금액은 6745억 원에 이른다. 관세청 관계자는 "박 대표가 위장 조립공장을 만들고 해외에서 매출을 발생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장기간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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