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원짜리를 250만원짜리로 .. 3조2000억 허위 수출

박진석 입력 2014. 11. 1. 01:00 수정 2014. 11. 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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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엔 위장 공장, 손님 올 때만 쇼6년간 3330회 서류 조작해 대출대출금 빼돌려 도박하고 별장 구입

올 초 홍콩 외곽의 한 공장. 텅 비어 있던 이곳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삽시간에 30여 명이 집결했다. 곧이어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HTPC(가정용 영상·음향 재생장치) 완성품이 쏟아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손님 몇 명이 현장에 도착한 뒤 조립라인을 비롯해 공장 이곳저곳을 훑어봤다. 창고엔 4만여 대의 HTPC 완성품이 쌓여 있었다. 손님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현장을 떠났다. 자신들이 본 것이 급조된 '쇼'였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였다. 이 공장은 전자업체 모뉴엘의 '위장 조립공장'이었다.

 모뉴엘 허위 수출 및 사기대출 사건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 관세청은 31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성격의 브리핑을 통해 모뉴엘이 2009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3330회에 걸쳐 29억 달러(3조2000여억원) 상당의 허위 수출을 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박홍석(구속) 모뉴엘 대표 등은 2007년 미국에 수출된 HTPC가 대량 반품돼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범행을 모의했다. 반품된 불량품을 정상 물품인 것처럼 꾸며 허위 수출한 것이 범행의 시작이었다.

이들은 대당 8000~2만원 정도인 저가 HTPC를 대당 250만원으로 속여 수출한 뒤 관련 서류를 제시해 무역보험공사 보증 및 은행 대출을 이끌어 냈다. 2010년부터는 국내 당국의 추적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해외에서만 물품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 이 때문에 허위 수출금액 중 해외 거래분이 76%(2조4000억원)에 달한다.

 허위 거래에는 상대방이 필요한 법. 박 대표 등은 미국의 ASI컴퓨터와 중국 CNBM·완싱·뉴에그 등 유명 업체들에 물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꾸며 은행을 속였다. 해외 브로커를 통해 모뉴엘과 연결된 상대 업체들은 수출금액의 1.5~10%를 수수료로 받고 허위 거래를 묵인해 줬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은행과 회계법인 등의 실사에 대비해 올 초 홍콩에 위장 공장을 설립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박 대표는 은행 대출금을 홍콩 페이퍼컴퍼니(PK홀딩스) 계좌로 송금한 뒤 446억원을 빼돌려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해외 브로커 로비자금 등으로 239억원, 미국 캘리포니아 주택 구입에 10억원을 썼다. 자금세탁을 거쳐 국내로 반입된 120억원은 도박자금(40억원), 제주도 개인 별장 구입(16억원), 자회사인 잘만테크 주식 매입(7억원), 부인 명의의 압구정동 커피숍과 연예기획사 투자(37억원) 등에 투입했다. 도박자금 40억원 중 25억원은 카지노 칩으로 교환한 뒤 해외 브로커 등에게 뇌물로 제공했다고 관세청은 밝혔다. 모뉴엘은 6년간 국내 10여 개 은행에서 총 3조2000억원을 대출했고 이 중 6745억원을 갚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다음주 중 관세청으로부터 박 대표 등의 신병을 넘겨받은 뒤 대출 및 보증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여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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