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뉴엘 같은 허위 대출정보 공유할 체계 구축하라

2014. 11. 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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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의 어제 발표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로봇청소기 제조업체 모뉴엘의 위장 수출 규모가 3조2000억원 상당이었고 그 과정에서 446억원을 국외에 빼돌리기까지 했다. 사기로 대출을 받기 위해 수출가격을 조작하고 실물 이동 없이 허위로 수출입을 반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장 수출을 통해 10개 은행에서 최근 6년간 총 3조2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으며 6745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이런 범죄가 가능했던 건 허위 수출의 76%를 해외에서 발생시켜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고, 홍콩에 위장 조립공장을 만들어 회계 감사나 은행의 실사에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책은행이나 시중은행들이 현장 실사도 없이 외형만 보고 덜컥 돈을 빌려준 한심한 영업 행태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올 들어 KTENS 협력업체나 삼성전자 납품업체인 디지텍시스템즈 등 몇 차례 매출채권 대출 사기가 터졌는데도 여전히 유사한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과 달리 2012년까지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850억원에 달했던 대출금을 지난해 전부 회수해 대조를 보였다. 대출담당 심사역이 회계자료를 검토하다 과도한 매출 증가 등을 의아하게 여겨 모뉴엘 본사를 찾아가 박홍석 대표와 면담한 뒤 사기대출을 의심해 대출회수를 건의했다고 한다. 외형과 유명세만 믿고 서류에만 의존한 채 돈을 빌려준 뒤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다른 은행들과는 달랐다. 모뉴엘처럼 사기성 징후를 보이는 업체의 정보를 개별 은행이 파악하고 나면 금융감독당국에 즉각 보고하고 이를 금융권이 공유토록 하는 체계를 속히 구축해야 한다. 국세청은 2년 전 모뉴엘 세무조사 후 매출 관련 서류 조작을 적발했고 15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는데 이 정보도 금융당국과 은행들에 전달되지 않았으니 이 대목도 국세청과 금융당국 간 협조가 절실하다.

모뉴엘에 연루된 10개 은행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가 있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네 탓 공방까지 벌이고 있어 더 한심하다. 무보는 은행이 제출한 수출실적증명서와 현금입출금명세서를 근거로 보증서를 발급했고, 은행은 무보의 보증서를 믿고 수천억 원대 대출을 해줬다. 은행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할 게 아니라 수출금융 대출심사와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어떤 구멍이 나 있는지 제대로 점검하라. 감독당국도 차제에 수출금융 지원 체계 전반에 문제점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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