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3조대 수출 사기] 기술금융 공든 탑 무너질라.. 당국 전전긍긍
금융당국은 모뉴엘 사태가 이제 막 스타트라인에 선 '기술금융'의 뒷다리를 잡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술금융은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유망 벤처기업, 은행 지점 등을 돌며 기술금융 활성화를 독려해왔다.
그런 맥락에서 터진 모뉴엘 사태는 기술금융 앞길에 놓인 바윗덩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기술금융 드라이브에 반감이 큰 은행들과 모럴해저드를 우려해온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당국은 모뉴엘 사태와 선 긋기에 나섰다.
김용범 금융위 국장은 31일 "무역보험공사의 허술한 보증심사, 은행 개입 없이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간 이뤄지는 '오픈 어카운트(open account)' 제도, 유망 중소기업 선정 제도인 히든 챔피언의 운용 허점 등이 얽히며 모뉴엘 사태가 빚어졌다"며 "기술금융에 애꿎게 화살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는 잘만 하면 중소기업 대출을 심화시켜 자산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선 은행의 입장은 이런 당국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기술금융의 메커니즘 자체에 대한 신뢰가 낮다. 기술금융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이 작성한 기업 실사보고서를 참조해 은행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TCB의 기업 보고서는 기술의 시장성 검증을 위해 매년 1번씩 작성된다.
당국은 기술금융이 재무제표에만 의존해온 은행의 대출 관행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대출이 무분별하게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TCB 평가 결과 대상 기업의 50%는 기술등급이 올랐지만 20%는 오히려 내렸다는 점을 지목한다. 기술금융이 기술력의 옥석을 구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은행들은 정부가 단기 실적주의를 압박하고 있어 모뉴엘과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대형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전형적인 공무원적 발상"이라며 "대출 순위를 매기겠다는 것은 문제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가모델이 2~3개월 만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TCB 보고서도 믿을 수 없다"며 "역으로 보면 모뉴엘도 TCB 보고서가 없었으니 대출이 안 나가야 맞지만 기술을 평가 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 은행도 그간 기술력 평가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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