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3조대 수출 사기] 8000원짜리를 250만원으로 뻥튀기.. 3330차례나 '위장수출'

이철균기자 2014. 10. 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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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껍데기 공장 세워놓고 실사땐 현지인 고용 속여446억 재산 해외로 빼돌려 도박·호화주택 구입에 사용금융권 6년간 3조2000억 사기대출.. 6700억은 못받아

위장공장을 세워놓고 은행·회계법인 등의 실사가 있을 때마다 현지인을 위장고용해 공장이 돌아가는 것처럼 속였다. 거래되지 않는 홈시어터PC 4만여대가 박스에 포장돼 창고에 쌓여 있는 것을 본 실사단은 속아 넘어갔다. 8,000원짜리 컴퓨터 케이스는 250만원짜리로 부풀려 대출을 일으켰고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위장 수출입을 반복하는 '위장수출 돌려막기' 수법을 썼다. 위장수출은 모두 3,330차례. 허위로 만들어낸 수출액은 3조2,000억원에 달했다. 혁신기업의 사기행각에 속아 금융계는 6년 동안 모두 3조2,000억원의 사기대출을 해줬고 6,745억원은 상환 받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1일 브리핑에서 모뉴엘의 사기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금융계의 허술함에도 놀랐다.

한성일 서울세관 조사국장은 "허위수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발생시켜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고 홍콩에 위장 조립공장을 만들어 회계감사나 은행의 실사에 대비해 일련의 범죄가 장기간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5~10%에 이르는 과도한 커미션을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대외신뢰도가 높은 해외 대기업과 거래했다"며 "국내 금융기관은 외형적 실적에 의한 여신한도 부여나 수출채권 서류의 세밀한 검토도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사기행각도 치밀했지만 금융계 역시 허술했다는 얘기다. 한 국장은 "발광다이오드(LED) TV와 PC 시대에 홈시어터PC로 어떻게 1조원대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느냐"면서 "금융계에서 이런 점을 미리 알고 심사에 반영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3조원이 넘는 허위수출을 만들어낸 박홍석 모뉴엘 회장은 '혁신적인' 사기행각을 벌였다. 대당 8,000~2만원으로 조사된 홈시어터PC 케이스(가정용 영상음향재생장치·HTPC)를 2,350달러(약 250만원)로 반복적으로 허위수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가짜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해 자금을 유용해왔다. 그러다 대출 만기(150~180일)가 돌아오면 다시 위장 수출입을 반복해 대출을 상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꼬리가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실제 제품이 선적되기 전에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 은행에 제출하고 실제 가공공장이 있는 것처럼 홍콩에는 100만달러를 투입해 창고와 위장 조립공장도 마련했다.

홍콩 공장까지 실사를 나온 은행·회계법인의 눈도 감쪽같이 속였다. 실사 날에는 30여명을 긴급 고용해 조립 라인과 공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도록 연출했고 거래되지도 않는 HTPC 4만여대를 마련해 박스로 포장하고 창고에 쌓아두는 등 가동 중인 공장으로 위장했다. 이런식으로 모뉴엘이 2009년부터 올 7월까지 3,330차례에 걸쳐 허위수출한 규모는 29억달러, 우리 돈으로 3조2,000억원이다.

모뉴엘은 자회사인 잘만테크에도 2012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76차례에 걸쳐 홍콩에서 허위수출을 통해 8,800만달러를 위장수출하도록 했다. 위장수출을 통해 모뉴엘은 외화은행 등 10개 은행에서 최근 6년 동안 모두 3조2,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고 6,745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박 회장은 대출 받은 돈을 자신이 관리하는 홍콩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하는 방식 등으로 446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 이 가운데 국내로 120억원을 반입, 도박자금이나 제주도 별장 구입 등에 유용했다. 해외로 빼돌린 자금은 캘리포니아 호화주택 구입 등에 사용했다.

3조2,000억원 상당의 제품을 허위수출하고 446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박 회장과 모뉴엘의 신모 부사장, 강모 재무이사 등 3명은 구속됐고 자금팀장 박모씨 등 13명은 불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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