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조 사기 '모뉴엘'..은행 '대출 폭탄돌리기'가 주범?

김민우 기자 2014. 10. 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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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구형 홈시어터PC로 1조 매출..은행권 정말 몰랐나?

[머니투데이 김민우기자][9년전 구형 홈시어터PC로 1조 매출…은행권 정말 몰랐나?]

"LED텔레비전 시대에 브라운관 텔레비전으로 1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상히 여기지 않은거나 마찬가지"

모뉴엘 사태를 설명하는 관세청 관계자의 말이다. 2007년 이후 시중에서 거의 찾는 사람이 없는 홈시어터PC라는 단일품목으로 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을 올렸음에도 금융당국은 관행적으로 모뉴엘에 대한 대출을 연장해줬다.

이처럼 재무재표 등 제출 서류만 꼼꼼히 살폈어도 충분히 수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 모뉴엘의 매출부풀리기를 눈치채고도 은행 내부에서 '폭탄돌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거래 76%로 관계당국 감시망 피해" =세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모뉴엘이 사용한 방법은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 수출거래의 76%를 해외에서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2010년부터는 전체 매출액의 90%를 실물 이동없이 서류상으로만 가공의 매출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세관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허위로 매출액이 작성되더라도 실제물품이 세관을 통해 들어왔더라면 데이터가 누적돼 찾아낼 수 도 있었을 것"이라며 "거래가 외국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세관당국에는 잡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뉴엘 사태는 내부의 제보에 의해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모뉴엘은 대외 신래도가 높은 미국의 유명쇼핑몰 A모사의 관계자와 짜고 A사가 모뉴엘의 대출은행에 직접 수출채권 매각 자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이용해 은행의 신뢰도를 높였다.

◇은행 내부의 폭탄돌리기(?)=그러나 매출액 1조원이 넘는 모뉴엘의 재무재표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억원에 불과해 금융권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었다는게 상식이다.

2008년 739억원에 불과했던 모뉴엘의 매출액은 불과 5년만에 1조원을 돌파할만큼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채권 규모는 약 1조107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7%에 달했다. 물건은 팔았지만 회사가 받은 돈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관세청 관계자는 "매출채권과 금융기관 대출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었기 때문에 재무재표만 봐도 비정상임을 알 수 있다"며 "전임자가 문제를 알고도 대출을 해줘 후임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대로 묵인해주는 이른바 '폭탄돌리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외환은행, 국민은행 등 10개의 시중은행이 모뉴엘 사태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우리은행은 피해갈 수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12년 모뉴엘에 850억원을 대출해줬지만 재무재표상 매출채권과 대출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현장 실사 후 대출을 연장하지 않고 재빨리 돈을 회수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모뉴엘이 1조원에 가까운 수출실적을 올린 홈시어터PC는 2007년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물품인데 금융권에서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피해규모…은행권 6700억, 소액주주 200억, 무보 3200억 피해규모 =우리은행을 제외한 10개 시중은행이 이같은 사기 대출의 피해를 입었다. 대출해준 3조2000억원 가운데 6745억원은 여전히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기업은행이 15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1253억원, 수출입은행 1135억원, 외환은행 1098억원, 국민은행 760억원, 농협 753억원과 기타(수협·SC·대구·부산) 은행 261억원이다.

무역보험공사(무보)는 모뉴엘의 은행권 대출 3265억원을 보증해줬다. 정부출연기관인 무보는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조성됐다는 점에서 이번사태의 피해를 전 국민이 입은 셈이다.

잘만테크에 투자한 소액주식투자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으로 보인다. 잘만테크의 주식 64%는 박 대표가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36%는 5000여명의 개인투자자 지분이다. 시가총액 200억원 규모다.

머니투데이 김민우기자 mi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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