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무역보험 보증액 3256억..'히든 폭탄' 되나

입력 2014. 10. 24. 20:00 수정 2014. 10. 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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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2년 '히든 챔피언' 선정된 기업

수출채권 부풀려 대출 받은 의혹

손실 처리될 경우 무보 피해 막대

금융위기 이후 최대 사고 가능성

은행-무보 책임공방 벌어질 수도

가전업체 모뉴엘에 대해 수천억원대의 돈을 빌려준 은행들과 보증을 해준 무역보험공사(무보)가 향후 사태 추이에 따른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무보의 보험사고 가운데 최대 손실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모뉴엘에 대한 은행별 여신 현황' 자료를 보면, 9월 말 기준으로 모뉴엘에 대한 10개 은행의 대출은 676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이 15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1253억원, 수출입은행 1135억원, 외환은행 1098억원, 국민은행 760억원 등의 차례다. 또 농협은 753억원, 수협·에스시(SC)·대구·부산은행이 261억원이다. 은행들의 대출 과정에서 부실 심사 여부를 주시하고 있는 금감원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국외 수출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모뉴엘은 지난해 1조1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기업이다. 미국의 컴퓨터 관련 전문 유통회사인 에이에스아이(ASI) 등이 주요 거래처다. 모뉴엘은 무보의 보증서 등을 담보로 수출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융통해왔다. 하지만 실제보다 더 많은 수출이 이루어진 것처럼 꾸며서, 가공수출을 통해 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만기일이 도래했는데도 대금이 안 들어와서 (모뉴엘에) 연락을 취해보니 제품에 대한 클레임(하자)이 들어와서 그렇다는 해명을 들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잘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모뉴엘에 빌려준 6768억원 가운데는 신용대출도 2908억원이나 된다. 자칫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돈이 3000억원 가까이 된다는 뜻이다. 3860억원에 이르는 담보대출(무보 보증·부동산 등)의 경우, 은행들과 무보 간의 책임 공방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양쪽은 탄탄한 수출기업인 줄 알았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무보 관계자는 "은행들이 발행하는 결제실적 확인서와 결산보고서 등을 보고 보증을 해준 것인데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거래 은행들이 사고접수를 할 경우, 정상적인 심사요건을 갖춰 대출이 나간 것이라면 보증을 이행하고 수입업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출을 해줬던 은행 쪽은 "수출금융의 특성상 무보의 보증을 믿고 대출해준 비중이 많다.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고처리로 결정되면 무보에 돈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이 무보로부터 받은 '모뉴엘 보험사고 관련 보고' 자료를 보면, 무보의 모뉴엘 보험 관련 보증금액은 약 3256억원에 이른다. 전 의원은 "이 가운데 대부분이 손실로 처리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보 보험사고 가운데 최대 거액 보험금 지급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이후 단발성으로 지급한 가장 큰 보험액은 에스엘에스(SLS)조선의 2560억원이 최고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지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3일 수출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으로 모뉴엘이 선정된 이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총 2472억원의 금융지원이 있었다"며 "히든챔피언 인증으로 모뉴엘을 '히든 폭탄'으로 만든 건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실적이 좋은 회사였고 특별한 조짐이 없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황보연 이정애 김미영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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