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정치적 민감 현안 떠넘기기..보수 편향 헌재 '해결사' 될판

2014. 12. 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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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권 바뀌어도 '편향 구조' 지속

'사법의 정치화' 등 문제점 제기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2004년 5월)과 더불어, 1987년 헌법재판소 탄생 이래 헌재가 다룬 최고의 '정치적 이슈'로 꼽힌다. 이 때문에 헌재의 '과도한 정치권력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정치권이 민감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헌재로 떠민 탓이다. 아울러 '8 대 1'의 일방적인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서 나타난 압도적 보수 우위의 헌재 구도도 박근혜 정부 이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민감 사안들에 대해 정치적 해결보다는 헌재로 보내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려 하는 일이 되풀이되기 쉬운 구조다.

헌재는 헌법에 의해 위헌법률, 헌법소원, 권한쟁의, 탄핵, 정당해산 등 5가지 사안을 심판하는 독립기구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정부의 합법적 청구에 근거해 헌재가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앞서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 불합치(2004년 10월), '날치기'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 기각(2010년 11월), 국회의원 지역구 인구비율 헌법 불합치(2014년 10월) 등 초대형 정치적 사안들에 결정을 내려왔으나,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그 정치적 위상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는 말이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는 "행정수도 이전이나 정당 해산 등 정치적인 갈등과 분쟁이 생겼을 때 정치인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게 1차적 책임"이라며 "정치권이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헌재에 이런 문제들을 가져간 것은 중대한 책임회피다. 이 때문에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라는 현상이 농후해졌다"고 말했다.

헌재 또한 그동안 정치권 분위기와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스스로 신뢰도에 흠결을 내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헌재가 재판 1년여 만에 서둘러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도 정치적 고려라는 해석이 나온다.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때는 거센 '탄핵 반대 촛불' 여론에 맞췄고, 부정적 여론이 높았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서는 <경국대전>과 '관습헌법'까지 꺼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헌재의 탄생 자체가 대법원에서 하기 부담스러운 탄핵, 정당해산 등 매우 정치적인 사안을 다루도록 한 것"이라며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소장을 포함해 총 9명인 재판관(임기 6년)은 대통령, 대법관, 국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라는 두 차례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재판관 구성은 보수 대 진보가 8 대 1 또는 7 대 2로 굳어졌다. 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헌재 구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 재판관들의 임기 등을 고려할 때, 보수 강세의 헌재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 기간 보수 정치권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헌재로 가자"는 유혹에 빠지고, 헌재는 보수의 '요술방망이' 구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황준범 김경욱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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