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野, 北인권법 합의 못 하면 북 협박에 굴복한 꼴 된다

입력 2014. 11. 24. 05:58 수정 2014. 11. 2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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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에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북한인권증진법'을 일괄 상정키로 합의했다. 유엔이 최근 북한 권력 핵심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대북 인권 결의(決議)를 압도적 표차로 채택하자 다시 한 번 북한인권법을 다루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회는 지난 10년간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기록을 이어왔다. 유엔은 2005년 이후 해마다 대북 인권 결의를 채택해왔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독자적인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그런데도 세계의 어느 누구보다 앞장서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할 이 나라 국회는 2005년 이후 회기(會期)마다 번번이 북한인권법을 자동 폐기했다. 김씨 왕조의 폭정(暴政)에 신음하고 있는 북녘 동포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 나라 국회가 보여준 지난 10년의 행태 또한 반(反)인도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여야가 북한인권법에서 가장 큰 견해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문제다. 여당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부분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대북 전단 살포를 법으로 돕는 격'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국회 통과를 10년째 막을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의심스럽다. 야당이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실제 이유는 인권 문제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로부터 이어져온 야당의 대북관 때문일 것이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최근 당 회의에서 "북한이 111개국이 찬성한 유엔 인권 결의에 핵 협박으로 맞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의 공식 회의에서 당의 대표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새정치연합은 올해 초에도 김한길 당시 대표가 북한 인권 문제에서 이전과 다른 변화를 추진할 뜻을 밝혔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야당 내에서도 세계의 상식과 보편적 기준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 국방위는 23일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를 배격한다며 "초강경 대응전(戰)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협박했다. 북의 모든 기관이 연일 이런 엄포와 공갈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권력이 자신들을 향한 전 세계의 인권 압박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가 이번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공조(共助)에서 다른 행동을 취할 경우 대한민국 전체가 세계의 비난과 조롱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북의 협박에 굴복한 것처럼 비칠 위험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서 역사의 죄인(罪人)으로 기록될 것이냐, 아니면 북한 정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줄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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