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40세 사망땐 '일실수입 3억' 반영해 총보상금 4억 수준

박정민기자 2014. 10. 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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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사고' 계기로 본 대형사고 배상·보상

총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와 관련해 관계기관과 유족들의 전향적인 자세로 피해 보상 문제가 조기에 마무리됐다. 이번 사고는 행사와 관계된 기관과 환풍구 시공업체뿐만 아니라 올라가지 말아야 할 환풍구에 올라선 피해자들에게도 일부 사고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도 순조롭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선사와 해운안전 관계 기관, 구조 책임이 있는 해양경찰 등의 부실 대응 등이 복잡하게 얽혀 사고 6개월이 지나도록 피해 유족들과 보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각종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 혹은 배상이 어떤 기준에서 처리되고 보상금액은 어떻게 산정이 되는지, 앞서 발생한 각종 대형사고에서 피해보상과 관련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1. 보상과 배상의 차이

사고 피해에 대한 '보상' 혹은 '배상'이란 말이 혼용돼 사용되고 있으나 법률적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 보상은 '손실보상'을 의미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법한 행위로 특정인에게 재산상의 손실을 줄 경우,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전 혹은 재화를 지급하는 것을 보상이라고 말한다. 고속도로 혹은 댐 건설 등 정부 사업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주민에게 주어지는 금전적인 대가를 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배상은 '손해배상'을 의미하며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원상복귀를 시키는 일을 의미한다.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이 전형적인 발생 원인이며, 이 경우 불법행위를 한 주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 등에 대해서도 금전적 배상이 이뤄지기도 한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 대해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2. 국가보상이란

좁은 뜻으로는 국가(공무원의 직무상)의 적법 행위, 이를테면 공공시설 설치나 공사 등으로 발생한 국민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피해배상을 하는 것도 포함을 한다. 국가보상에는 손해배상, 형사보상, 재해보상 및 산업보호정책상의 보상 등이 모두 포함된다. 공무원이 직무상 불법적 행위를 한 것은 물론 도로·하천 등 공공시설의 설치나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손해배상 책임 대상이 된다. 또 형사보상처럼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자가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가 보상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안전사고에서 정부의 책임이 인정이 될 경우 정부는 이 같은 국가보상 관련법에 근거해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이 밖에도 수출 장려 및 보호 정책에 따른 수출보험법 등에 근거한 보상처럼 산업보호정책으로서 국가보상도 법에 명시돼 있다.

3. '판교 사고' 합의는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유가족들은 사건 발생 57시간 만인 지난 20일 피해자 보상에 전격 합의했다. 유가족협의체는 19일 사고대책본부와 밤샘 협의를 거쳐 희생자 과실 책임을 40%로 인정하는 보상안에 합의했고, 유가족 측이 청구하면 30일 이내 이데일리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이데일리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장례비로 유가족들에게 1인당 2500만 원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보상금액의 경우 통상적인 판례 수준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을 계산해보면 23일 기준 정년 58세의 직업을 가진 월 300만 원 소득을 받는 20세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일실수입은 4억8000만 원, 30세 사망자는 4억1964만 원, 40세 사망자는 3억761만 원이 된다. 여기에 피해자의 과실 40%를 제외한 금액이 실질적인 사망 보상금이다. 또 사고 때 지급되는 위자료는 8000만 원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통상적인 판례지만, 개별 합의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4. 배상액 계산 어떻게

사고로 발생한 사망 사건 관련 피해자나 가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법원은 피고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 배상액을 책정해 선고한다.

'위자료'와 남은 수명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총수입에서 생계비 명목으로 3분의 1을 제외한 금액인 '일실수입', 장례비 등을 합산한다. 사망이 아닌 경우 치료비 등이 별도 포함된다. 일실수입 계산법에 따라 소득수준이 높은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젊은 나이에 사망할수록 배상액은 높아진다. 가사를 전담하는 주부이거나 20세 전에 사망해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일용노임 약 8만4000원(월 근무일수 22일)으로 계산한다. '연봉×정년까지 남은 연수'로 단순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간이자(법정이율 5% 적용)를 공제한 금액을 받게 된다. 쉽게 말해 20세에 사망한 여성이 정년 60세 마지막 달인 2054년 10월에 지급받을 월급 185만 원을 2014년 10월에 받게 되기 때문에 40년간의 이자를 제하고 약 28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5. 과거 배상액 판례

판교 사고 배상 논의에서는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환풍구에서 추락 사고로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 A 군과 부모가 아파트 관리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주요 판례로 참고하고 있다. 수원지법은 2011년 관리회사 등이 원고에게 "1억 36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 군은 2009년 아파트 놀이터 옆 지하주차장 환풍구 지붕에서 뛰어놀던 중 지붕이 깨지면서 7m 아래로 추락해 두개골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접근을 금지하는 차단막이나 환풍구 아래 안전망 등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다만 A 군이 놀이시설이 아닌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충분히 할 수 있었기 때문에 A 군의 과실비율을 40%,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A 군의 장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과 치료비 등을 합산해 배상액을 책정했다.

6. 합의 못해 소송 이어진 사례

1993년 292명이 숨진 서해훼리호 사건에서 일부 유족들은 보상금을 합의하지 못하고 국가와 한국해운조합, 서해훼리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4억4000여만 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사고로 숨진 유족 10명은 사고 발생 이후 5년이 지난 1998년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희생자의 배우자에게 4500만∼5900만 원, 자녀들에게 각각 3000만∼39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또 다른 유족 이모 씨 등 45명도 비슷한 소송에서 1인당 150만∼1억79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받았다. 법원이 국가와 한국해운조합, 서해훼리 주식회사 등을 모두 공동불법행위자임을 인정했다. 1995년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 일부 유족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일부 유족은 국가가 우선 지급한 배상금이 적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희생장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7. 배상금 수령권한은 누구에게

사고 사망자에 대한 보상금이나 배상금, 위로금 등은 상속권을 가진 사람들이 나눠 가질 수 있다. 배상금 배분 등은 상속권자들의 합의가 가장 우선한다.

상속권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는 배우자와 부모, 자녀 등이 동등하게 나누되 배우자는 다른 가족들에 비해 기여분을 인정받아 1.5배를 받게 된다.

지난 2월 발생한 경북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나 4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자녀가 사망했을 때 이혼 부부의 배상금 수령 권한을 가지고 법정 분쟁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사망자 몫을 제외하고 가족들도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로금 등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법적으로도 희생자의 사망으로 인한 가족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8. 해외 사례

다른 나라 역시 대형참사 등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피해보상 절차 제도를 시행 중이다. 참사의 원인 제공자가 손해배상을 원칙으로 하되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구호기금 등을 운영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지속하고 있다.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는 미국의 경우 2013년 4월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 희생자들에 대해 매사추세츠 주정부와 보스턴 시가 설립한 중앙구호기금 기관과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주최한 BAA(Boston Athletic Association)가 가입한 보험에서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 중앙구호기금은 미 전역에서 답지하는 성금 등을 모아 폭탄테러 피해자들에 전달하는 역할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총괄했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희생자들에게도 이 같은 보상기금이 만들어졌으며 이 기금은 총 57억 달러 규모로 조성돼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직계 가족에게 희생자의 연수입에 따라 최저 25만 달러에서 최고 640만 달러, 평균 150만 달러씩 지급됐다.

미국은 또 연방테러위험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1억 달러 이상의 피해규모의 초대형 테러 피해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와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9. 배상 책임 보험은 없나

타인의 신체 장해(사망 포함) 또는 재물의 멸실·훼손 등과 관련된 피보험자의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그 비용을 보상하는 것을 배상책임보험이라고 부른다. 다만 배상책임의 발생원인을 신체장해와 재물손괴에 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이나 비밀폭로, 불법구금 등에 따른 배상책임이라든가, 타인에게 일반 재산 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에 대한 배상책임 등은 이 보험의 담보범위에서 제외된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나 자녀 등의 배상청구권도 보상 대상이다.

하지만 국내 전체 손해보험시장에서 배상책임보험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0.45%(3000억 원 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의 경우 행사 주최 측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또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씨랜드 수련원 화재사고의 경우에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배상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배상책임보험의 가입률이 해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은 '제3자를 위한 보험'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0. 징벌적 손배제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됐으며 이후 미국에서 도입, 시행되고 있다.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1년 제18대 국회서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 처음으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탈취·유용하는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갈수록 고의적으로 저지른 기업의 범죄에 따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다양한 기업 범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얼마 전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 피해자가 손해 액수의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논란이 팽배해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민·김동하·이관범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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