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 엉뚱한 고집 늦게나마 접어 다행이나
교육 당국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의 오류를 인정하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 문제를 틀린 수험생 전원에게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항과 관련해 혼란을 준 점에 사과한다"며 "오류를 인정하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해를 본 학생들은 소송 제기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정답으로 처리돼 정원외 입학과 편입 등의 구제조치를 받게 된다. 세계지리에 응시한 학생은 3만7685명으로, 이 중 오답자는 1만8884명이다. 아직 정밀한 성적 재산출을 하지 않은 상태이나 재산정 시 등급이 오르는 학생은 대략 4800여명이 된다고 한다.
논란이 된 문항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에 대한 옳은 설명을 보기에서 고르라는 문제다.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정했다. 2009년 교과서에 실린 통계치를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들과 전문가들은 2010년부터 상황이 역전돼 현재까지 NAFTA가 EU보다 총생산액이 더 크다며 출제 오류라고 주장했다. 당시 전문가와 언론이 대학입시가 완료된 뒤 소송에서 오류 결정이 나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을 했으나 교육 당국은 "객관식 문제에서는 최선의 답을 고르는 게 합리적"이라며 고집을 부렸다. 뻔히 오류인 줄 알면서도 어물쩍 넘어가려 한 교육 당국의 안이한 태도가 결국 더 큰 혼란을 야기한 셈이 됐다.
이번 상고 포기도 교육부와 평가원의 결정이 아니라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이 문제로 억울한 피해를 당한 수험생들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명예만 중시하는 교육 당국의 무책임과 보신주의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당국은 이제라도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 대한 구제 대책을 촘촘하고 실현성 있게 짜야 한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능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일 방안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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