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오류 인정한 교육당국, 책임 통감해야

입력 2014. 10. 31. 22:16 수정 2014. 10. 3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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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피해 학생을 전원 구제키로 했다. 지난 16일 서울고법이 '출제 오류' 판결을 내린 뒤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상고를 포기한 것이다. 수능 도입 이후 출제 오류로 대입 결과가 바뀌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다행이나, 피해 학생들의 '잃어버린 1년'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온 교육부와 평가원 관계자들에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논란이 된 문항을 '모두 정답' 처리해 성적을 다시 매기기로 했다. 지난해 불합격했으나 재산출한 점수로 합격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은 추가 합격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미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추가 합격 대학에 2학년 편입을 원할 경우 학점을 인정할지 등은 해당 대학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억울하게 깎인 점수 탓에 희망 대학에 원서도 못 내고 하향지원한 학생은 아예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각 대학은 2015학년도 입학전형을 시작한 터에 전년도 전형 절차까지 다시 밟아야 할 상황이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교육당국에 있다. 지난해 출제 오류 지적이 나왔을 때 깨끗이 인정했으면 수습될 일인데, 교육당국은 아집과 보신주의로 일관하며 혼란을 키웠다. 성태제 당시 평가원장은 "1등급 학생들은 거의 다 (평가원이 정답으로 본) 2번 답지를 골랐다"는 등 비교육적 궤변을 늘어놨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해결 방향은 평가원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1심 법원 역시 "평균 수준 수험생은 2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교육당국의 논리를 답습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어처구니없는 풍경이다. 그사이 수많은 젊은이들은 눈물과 탄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답자는 1만8000여명, 성적 재산출로 등급이 오를 수험생은 4800여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4800여명 중 추가 합격자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교육당국은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남지 않도록 구제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원외 입학·편입학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도 협력해야 할 것이다. 각 대학 역시 행정적 부담이 크겠지만 교육적 견지에서 피해 학생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출제 오류 재발을 막고, 수능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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