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공짜'의 역습

김세동기자 2014. 11. 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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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 사회부 차장

무상보육과 관련한 국고지원 문제를 놓고 여야가 끝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376조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누리과정(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3~5세 영유아들에 대한 보육료 지원)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부담하고, 이를 교육부가 다른 항목으로 지원한다는 편법적 방안에 합의했으나 지원액을 놓고 새누리당(2000억 원)과 새정치민주연합(5233억 원)이 다시 갈등하면서 예산심사가 중단되고 있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데도 정작 부담은 재정이 파탄 상태인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며 교육감들이 예산편성을 거부하면서 사달은 시작됐다. 그러나 상당수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무상급식 예산은 증액 편성해 재정파탄 주장을 스스로 무색케 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공약으로 재미를 본 야당은 계속 무상급식을 확대해왔고, 한때 무상급식에 저항하던 여당마저 2012년 대선 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기초노령연금, 반값등록금, 누리과정 등을 공약하는 등 야당과 무상 시리즈 경쟁에 나섰을 때부터 재정파탄이 예고됐다. 무상보육 예산은 2011년 4조1033억 원에서 올해 10조3546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는 무상급식 예산은 올해 2조6239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각 시·도와 교육청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예산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일정 소득 이하의 가난한 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무상급식이 전체 학생으로 확대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정말 혜택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있는 집 아이들에게 공짜밥을 주면서 발생한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정작 없는 집 아이들에게 필요한 △저소득층 자녀 방과후 자유수강권 지원 △저소득층 자녀 학비 지원 △토·공휴일 중식 지원 △영어 원어민교사 등의 예산을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선별적 급식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권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이면 안된다며 반대한다. 있는 집 아이들의 부모가 급식비를 내는 게 어떻게 없는 집 아이들에게 눈칫밥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무상급식 신청을 부모가 주민센터에 하거나 저소득층은 급식비를 미리 면제해주면 어떤 학생이 무상급식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눈칫밥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야권은 무상 시리즈로 인해 예산 부담이 급증하자 증세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현재 극심한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 총력전을 펼치는 와중에 증세는 경기 부양에 치명적이다. 현실적인 대책은 여야가 합의해 소득에 관계없는 보편적 무상복지를 저소득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로 돌리는 것이다. 공짜로 주던 것을 되돌리기가 어렵겠지만 여야가 동시에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포기하면 일방의 정치적 부담은 덜할 것이다. 여야는 표를 얻기 위해 내질렀던 무상보육·급식을 더 늦기 전에 거둬들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sdg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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