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서 대북전단 못 날렸다

한국일보 2014. 10. 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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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ㆍ진보단체 저지로 보수단체 시도 무산

자제 촉구 분위기에도 장소 옮겨 일부 살포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일대는 25일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보수단체와 이를 저지하려는 단체가 몸싸움까지 벌이며 충돌, 온종일 시끄러웠다.

정치권과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촉구했다.

경찰은 14개 중대 1,000여명을 배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북한군의 도발 위협에 전방 부대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결국, 보수단체는 주민들의 저지로 임진각에서는 물론 통일전망대 인근에서도 대북전단을 날리지 못했다.

다만, 일부가 김포로 이동해 어둠 속에서 기습적으로 대북전단 2만장을 풍선 하나에 매달아 날렸다.

전방 지역 주민 트랙터 몰고 와 살포 저지

대북전단 보내기 국민연합 등 보수단체가 이날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전방지역 주민들은 오전 9시부터 농사용 트랙터 19대를 몰고 와 임진각 진입로를 막았다.

'민주회복 파주 시국회의' 등 진보단체 회원들은 전날 저녁부터 임진각에서 노숙하며 보수단체의 기습 살포에 대비하기도 했다.

임진각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11시 20분께 첫 충돌이 발생했다. 진보단체 회원 일부가 풍선 주입용 가스 등을 싣고 대기하던 트럭을 기습, 상자 5개에 담긴 대북전단 일부와 풍선을 흉기로 찢어 인근에 버렸다.

이 과정에서 진보단체 회원 1명이 현장에서 체포돼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20분 뒤 보수단체 회원들을 태운 전세버스가 임진각 입구 200여m 전방에 도착하자 진보단체 회원과 주민 등 200여 명이 가로막았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항의하자 진보단체 회원들은 계란을 투척하는 등 양측이 서로 비난하며 30분가량 대치했다.

결국, 경찰이 갈라놓으면서 충돌은 끝났으며 양측은 각기 별도의 장소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개성공단 기업인ㆍ정치권 중단 촉구… 온도 차

이 무렵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임진각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성공단 기업인 모두는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군사적 갈등을 첨예하게 고조시키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여ㆍ야 정치권은 이날 대북 전단 살포에는 반대하면서도 온도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실정법의 위반 여부를 떠나서 남북관계, 현지 주민의 안전 문제, 국민정서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행동해야 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지역주민의 생존권까지 제기되며 남남 갈등이 촉발되는 것은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관리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대북전단 살포, 정부가 직접 나서서 막아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전방 부대 긴장… 북한군 고사총 부대 움직임 관측

비무장지대(DMZ)내 우리 측 소초인 GP와 철책 인근에 설치된 GOP(일반전초) 등의 최전방 경계부대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북한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거세게 비난한데다 지난 10일 대북전단 살포 때 고사총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동ㆍ서ㆍ중부 전선에 걸쳐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한군 최전방 부대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군은 이날 바람 방향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대북전단을 날리더라도 북측으로 날아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북한군이 고사총을 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감시 및 대비태세를 강화했다.

실제 일부 북한군 고사총 부대의 움직임이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최전방 경계부대뿐 아니라 전방의 포병부대, 공군 비행단 등에도 유사시를 대비해 합동화력태세를 유지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진각서 대북전단 살포 무산

이날 오후 3시께 보수단체는 서울에서 새 풍선을 가져와 전단 살포를 다시 시도했으나 진보단체에 다시 막혔다.

양측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설전과 몸싸움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쳤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이동해 대북전단을 날리려 했으나 인근 지역 상인들이 입구를 트랙터와 차로 막았다.

전단 살포를 강행하려 하자 상인 100여명은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몰려와 저지했다.

대북전단이 담긴 종이상자를 빼앗아 불태우려 해 보수단체 회원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측은 경찰을 사이에 놓고 30여 분간 실랑이를 벌였고 오후 6시께부터 해산을 시작했다.

보수단체의 이날 임진각 대북전단 살포는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7명은 김포시 월곶면으로 이동, 야산에서 대북 전단 2만장을 풍선 하나에 담아 날렸다.

이로써 하루 종일 접경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며 남남 갈등을 야기한 이날의 대북전단 살포 강행이 일단락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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