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광객 좀 오나 했는데.." 홍도 주민들 울상

박경우 2014. 10. 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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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좌초 소식 알려지자 전국서 예약 취소 전화 빗발쳐

주민들 마을에 모여 대책회의 "안전 문제 없다고 언론에 홍보를"

"세월호 참사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다가 이제야 좀 살만해지나 싶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네요."

30일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유람선이 좌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홍도1구 마을엔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주민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구조에 나섰고 그 덕분에 무사히 유람선에 탔던 승객과 선원 등 110명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수 많은 인명을 구한 주민들은 영웅으로 찬사 받았지만 사고 직후 닥쳐온 또 다른 비상사태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번 것은 매뉴얼이나 훈련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전국 각지에서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쳤다. 개천절과 한글날 등이 이어지는 황금연휴기간 단체예약으로 일찍 마감돼 최근엔 방을 구할 수 있냐는 전화가 많았지만 이날 이후 취소하겠다는 전화만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 관광으로 먹고 사는 홍도 주민들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봄ㆍ여름 대목을 놓쳐 울상이었다가 최근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며 활기를 되찾고 있던 중이었다. 망연자실한 홍도주민과 유람선협회 회원 등 40여명은 1일 오전 11시 마을에 모여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고길호 신안군수도 참석했다. 한 주민은 "얼마나 공들여온 연휴 손님들인데 취소 전화만 계속 걸려와 이젠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김근영(43) 홍도1구 이장은 "군청에서 각 언론사를 통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홍보를 해달라"고 고 군수에게 부탁했다. 홍도유람선협업조합 정방철(72) 회장은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43% 이상의 관광객이 감소했었다. 최근 회복 기미가 보이던 중에 이번 사고가 터져 걱정이다. 해상관광객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제발 안심하고 홍도를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목포해양경찰서는 이날 홍도해상에서 좌초된 유람선 바캉스호를 목포로 예인해 정밀감식을 벌이며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해경은 사고유람선의 노후화 상태와 선박 증축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바캉스호가 바위가 많은 암초지대로 운항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선장과 선원 등의 과실이 드러나면 입건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바캉스호 좌초 사고를 계기로 노후 유람선에 대한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종선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이날 "여객선은 해운법 시행규칙에 따라 선령을 규제하는데 반해 유람선은 제한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유람선의 선령을 25년으로 제한하고 여객선 선령제한도 현행 30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중앙부처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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