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학연·지연 똘똘뭉친 '군피아'가 주범

입력 2015. 4. 26. 08:34 수정 2015. 4. 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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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내 비리차단 기능 오작동..각 사업 정책실명제 유명무실

방사청내 비리차단 기능 오작동…각 사업 정책실명제 유명무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감사원 감사를 비롯한 검찰의 방위사업비리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군납 비리를 낳은 적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 양상을 보면 무엇보다 학연과 지연, 근무연 등을 매개로 군과 방위사업청, 방산업계에 깊이 뿌리내린 '군피아' 인맥이 핵심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사청도 최근 자체 진단한 비리행위 분석 자료를 통해 "업체 선정 및 원가산정 과정에서의 뇌물수수, 학연 및 근무연 등을 통한 불법적인 기밀 유출 행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자군 위주의 폐쇄적 인력운영으로 끼리끼리 문화가 고착된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도 정옥근 당시 해군참모총장과 방산업체 로비스트의 학연으로 촉발됐다.

당시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이었던 황 전 총장이 진급 욕심에 정 당시 총장 동기가 로비스트로 일하는 방산업체에 무리하게 일감을 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신형 수상함구조함인 통영함은 고물이나 다름없는 음파탐지기를 장착해야 했다.

해군 특유의 끈끈한 '끼리끼리' 문화가 어처구니없는 비리를 낳은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구속 기소된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이 저지른 거액의 납품 사기 사건도 방사청 간부로 일하다가 방산업체로 옮긴 전직 공군 장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회장이 예비역 장성과 같은 인사들을 활용해 군과 방사청, 방산업계 전반에 인맥을 구축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방위사업이 인맥을 활용한 비리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군에서 운용하는 무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안보 약화를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위사업 비리를 '이적(利敵)행위'의 범주에 넣어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방위사업 비리가 더욱 활개를 치는 데는 주무부처인 방사청의 허술한 감시시스템도 한몫을 했다.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에서 보듯 현역 군 간부들이 방사청의 요직을 꿰차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폐쇄적으로 내리다보니 군 인맥을 통해 접근하는 비리의 마수에 쉽게 걸려든다는 것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26일 "방위사업은 지난 2006년 개청 당시 339개에서 올해 456개로 늘었고 한 사람의 실무자가 관리하는 사업은 290여 개에 달한다"면서 "1인 실무자에 의한 관리사업이 증가하면서 해당 부서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을 방치한 측면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개정 이후 사업별 진행 과정 중간마다 누가 사업을 결재하고 비리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를 감시하도록 정책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한 제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방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예비역 장성을 로비스트로 영입하는 것을 보면 군피아가 방사청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계급 정년제로 지위가 불안정한 현역 군인들이 전역 이후 방산업체에서 일자리를 얻을 것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현재 방사청 직원 약 1천600명 가운데 현역 군인은 절반에 달한다. 현역 군인들과 공급자인 방산업체의 예비역이 어우러져 거대한 군피아 집단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조성되어 있다.

특히 방사청을 퇴직한 공무원과 예비역들의 탈법·변칙성 취업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취업 제한 업체에 자문이나 고문으로 취업하거나 1인 회사를 설립해 취업 제한 업체에 자문하거나 가족 명의로 취업해 대가를 받고 있다.

방사청은 개청 이래 지난해 중반까지 취업 대상자 250명 중 불법 취업한 사례 8건만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이 본질적으로 많은 군사기밀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군피아는 음성적으로 정보를 거래하며 의사결정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군피아에 속하는 고위직 인사들뿐 아니라 방사청의 실무급 직원들의 비리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방사청이 최근 공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방사청 출범 이후 2014년까지 비리를 저지른 직원 22명 가운데 약 75%가 5년 이상 한 자리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방사청은 감사 1개과(17명)가 456개 사업, 2천700여건의 계약을 감시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비리행위를 사전에 적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방사청이 출범하면서 무기체계별로 특정 업체를 지정해 연구개발과 생산의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폐지한 것이 방위사업 비리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방산 및 군납업체들이 과도하게 경쟁하면서 군사기밀에 더 쉽게 접근하고 로비할 수 있는 군피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무리한 저가 응찰로 사업권을 따낸 업체가 어떻게든 이익을 내려고 하다 보면 원가 조작과 같은 부정행위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과잉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면 방위사업의 비리뿐 아니라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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