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이대론 안된다]군기 빠진 별, 돈 먹는 무기.. 골병든 안보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15. 3. 2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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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군기 문란 신뢰 추락에 시대 뒤처진 '5년 단위 증강계획''첨단 무기'도 구형된 뒤 실전 배치 유지 비용으로 나라 재정만 악화

군(軍)이 절체절명의 위기다. 방위사업 비리에 장병들 안전이 위협받고, 일부 전·현직 장성들은 그들만의 부패 사슬로 연결됐다. 성폭행·성추행 등 성추문도 끊이지 않는다. 최고위 별들부터 전투력의 근간인 병사들까지 어디 한 곳 성한 곳이 없다.

군기강도, 신뢰도, 명예도 모두 땅에 떨어졌다. 심지어 북한 노동신문까지 조롱에 나서는 판이다. 국민들에게서 '이적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이대로는 안된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방위사업 비리 수사는 우리 군 장성·장교들의 적나라한 부패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전직 해·공군 총장의 방산비리 연루, 공군 장성 출신의 조종사들 목숨을 담보로 한 전투기 부품 바꿔치기, 육군 지휘관의 부하 성추행 등 장성급 지휘관인 소위 장군들의 몰지각한 군기 위반이 전투력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의 미래 청사진인 전력증강 사업은 마치 건설 현장의 '난개발'처럼 체계적이지 못한 채 천문학적 예산만 잡아먹고 있다. 심지어 2020년까지 무기도입비 30조원이 부족하다는 잠정 전망까지 제기된다.

그 원인으로는 군이 매년 마구잡이로 신규 사업을 끼워넣거나 대형 무기도입 사업 예산을 최초 계획보다 수조원씩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덩달아 '첨단'으로 포장한 미제 무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유지비용으로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차기·한국형 전투기 도입 사업에 수조원씩 투입한다는 청사진은 나오는 반면 당장 띄워야 할 전투기는 모자란다. 공군에선 유사시를 대비한 적정 전투기 대수 430대를 유지하기 위해 미군이 F-35를 실전 배치한 후 여유가 생기는 F-16을 '렌트(임대)'해 운용하거나 전투기 한 대에 조종사를 여러 명 배치해 '소티(출격)' 횟수를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한 장성급 야전군 지휘관은 "당장 시급한 즉시 전력의 필요성을 합참에 보고하면 '중기계획에 포함시키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면 전력 배치는 10년 후를 기약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스마트폰은 5년 사이 '갤럭시 S'에서 '갤럭시 S6'로 진화하는 판에 5년 단위 중기계획에 따른 전력화 결과물이 실전 배치되면 '구닥다리' 취급을 받기가 일쑤다. 대표적인 것이 차세대 군전술통신체계(TICN) 사업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방산비리는 무기 납품 단계만이 아니라 그런 무기를 도입하게 하는 정책 결정 단계, 즉 무기의 소요결정 자체를 조사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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