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볼썽사나운 여권의 자중지란

2014. 10. 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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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뭔가. 개헌과 공무원연금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가 벌인 낯뜨거운 공방의 뒤끝에, 이번엔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제활성화법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내세우면서 "개헌이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며 김 대표를 겨냥했다. 당원의 선택으로 부여된 최고위원직을 휴지 조각처럼 내던진 경솔한 행태는 별개로 하고, 이번 사퇴 파동은 작금의 개헌을 둘러싼 여권의 내홍이 실은 정파 간 권력다툼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은 어제 "대권 욕심에 (개헌) 판도라 상자를 너무 일찍 열었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간접화법으로 공개했다. 결국 작금에 벌어진 당·청 간의 해괴한 공방의 배경엔 역린을 건드렸다는 박 대통령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개헌과 공무원연금 문제를 둘러싼 김 대표와 청와대 사이의 파열음, 새누리당 '친박' '비박'의 대립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자기들만의 권력다툼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이원집정부제 권력구조까지 운위하며 개헌론을 격발시키곤 하루 만에 말을 바꾼 여당 대표, 사과까지 한 여당 대표를 확인사살하듯 공개 면박한 청와대, 친박·비박이 청와대와 김 대표로 편을 갈라 싸우는 새누리당, 그 어디에도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의 자세를 찾기 힘들다. 김 대표는 연일 "실수다" "대통령과 절대 싸우지 않겠다"며 납작 엎드리고 있다. 내부 협의와 조율을 거쳐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사안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 길을 외면한 채 감정 섞인 공중전만 펼쳐대니 국민이 기막혀 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문제를 다루는 데서도 비뚤어진 당·청관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무조건 연내 처리" 지침에 합리적 이의를 제기하는 여당 대표를 마치 역적 다루듯 몰아붙였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국가적 대사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충분한 토론과 협의, 당사자 설득, 야당과의 협상 등을 거쳐야 한다. 집권여당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한 절차의 필요성을 들어 연내 처리의 어려움을 표하던 김 대표는 결국 청와대의 압박에 밀려 "의기투합하기로 했다"고 꼬리를 내렸다. 여당을 '청와대 하청기관'쯤으로 여기는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행태도 문제지만, 집권당으로서 응당한 역할마저 포기한 채 대통령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하는 여당 대표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꼴사납다. 김 대표가 입만 열면 강조하던 "당과 청와대의 수평적 관계"는 어디다 팽개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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