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조베팅에 은행권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

조은임 입력 2014. 9. 22. 11:45 수정 2014. 9. 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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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매입비용 계약 후 1년내 납부해야…"자금이탈 속도 빠를 것"'한전 차익·향후 부지 투자로 '수익 낼까' 관심보이기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10조5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권 기업금융 담당자들은 현대차 그룹의 자금집행 방법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운용자금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한전 부지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한 3개사의 현금 유동성은 약 30조원으로, 이 중 대부분은 은행권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6월말 기준 3개사가 보유한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25조8015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가 16조9769억원, 기아차가 5조2714억원, 현대모비스가 3조5532억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3개사의 현금성자산은 3조6840억원으로 현대모비스가 2조5490억원, 현대차가 6788억원, 기아차가 456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 기업금융 담당 부서들은 현대차가 한전 부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이후 관련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물론 현대차의 자금이 예치된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매매계약을 체결 후 1년 안에 인수대금을 나눠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금 이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A은행 기업금융본부장은 "아직 현대차로부터 자금집행 방법에 대해 정보를 전달받지 못해 애가 타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은행에 현대차와 관련사들의 예금보유가 상당해 영향은 없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B은행 기업영업총괄 부행장은 "현대차그룹은 워낙 많은 은행에 현금을 풀어놔서 어느 한 은행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진 않을 것"이라며 "전반적인 운용자금은 줄어들겠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닐 걸로 본다"고 신중하게 반응했다.

반면 한전이 이번 거래로 얻게 될 차익에는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전은 부지 매입으로 얻게 될 차익은 약 8조5000억원으로 이중 일부는 은행권으로 흘러들어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C은행 영업총괄 부행장은 "현대차가 자금을 빼간다 해도 한전이 얻은 차익이 은행 권으로 다시 들어온다면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돈을 옮기는 정도 아니겠냐"며 "한전이 막대한 부채를 탕감하고 은행권에도 자금이 유입된다면 자금운용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그룹의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와 제반비용은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간 순차적으로 분산해서 투자하기로 해 이와 관련한 여신 확대도 기대감을 보였다.

D은행 대기업금융 담당자는 "단기적으로 빠져나갈 부지매입 대금은 현금 유동성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투자금은 다를 것"이라며 "금리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현대차그룹이 장기적으로 여신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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