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예산안 통과되면 주도권은 다시 야당이..

김지영 기자 2014. 11.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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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김지영 기자]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법안 심사는 잇따른 상임위원회 파행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법정 처리시한 내에 예산안이 정상적으로 통과돼도 남은 정기국회 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28일 오전부터 '3+3' 회동을 진행했다. 이날 회동에서 여야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담뱃세·법인세 인상 등 그간 이견이 있던 사안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서는 국고에서 시도교육청에 지원할 예산 규모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다만 예산안이 처리시한인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의결된다고 해도 법안 처리라는 문제가 남는다. 지난 27일 예산결산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 가동을 시작으로 국회가 정상화하고 있지만, 현재 정무위원회를 비롯한 일부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쟁점 법안들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안이 처리되면 정기국회 폐회일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야당 내 기류도 심상치 않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상 예산안 처리시한을 내세워 새정치연합을 압박했었다. 2012년 개정 국회법 제 85조의 3에 따르면 예산안이 11월 30일까지 합의되지 않을 경우, 다음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심사기간 내내 새누리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줄곧 법인세율,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을 요구해왔으나, 예산안 심사기한이 임박했던 탓에 누리과정 예산 국고 지원 등 최소한의 요구밖에 관철하지 못했다.

특히 정 의장은 지난 26일 담뱃세 인상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방세법에 대한 예산부수법안 지정이 위법이라고 반발했지만, 정 의장의 결정을 물릴 방법이 없었다.

이 같은 점들로 미루어 예산안 처리 이후의 정기국회는 새정치연합의 '보복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 심사기간 동안 국회선진화법 덕에 새누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다면, 당장 다음달부터는 국회선진화법이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법으로 되돌아간다.

국회선진화법의 '날치기' 금지 조항은 크게 예산안과 법안 부분으로 나뉘는데, 법안의 경우에는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대상이 된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법안은 최장 3개월 동안 상정 불가능하고, 이 기간이 만료되면 재회부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는 야당으로 하여금 '무기한 발목잡기'의 길을 열어주는 조항이다.

특히 안건조정위 설치는 상임위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가능한 데 반해, 회부된 법안을 상정하거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법안이라고 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수조차 없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지는 쪽은 새누리당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재 의료산업 선진화, 투자 활성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관련 법안들을 제출해놓은 상태이다.

구체적으로는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관광 활성화 대책 등을 담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투자 활성화를 목적에 둔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등이 있다.

정부 여당은 또 공무원연금, 공기업, 규제 등 3대 분야 개혁과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3법(주택법 개정안·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폐지안·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디플레이션 위험에 맞서야 한다"면서 "국회가 앞장서서 시들어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푸는 규제개혁 법안,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부동산3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 심사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로써 이들 법안의 처리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정기국회가 이날부터 11일, 예산안 처리시안으로부터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연내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 여당 주력 법안들의 연내, 혹은 내년 초 처리를 위해서는 정기국회 직후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새정치연합과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새누리당이 입법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4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등 새정치연합의 요구 중 일정 부분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이날부터 사실상 입법투쟁을 예고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예산안 일방 처리를 전제로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새누리당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다시 분명하게 지적해둔다"고 경고했다.

예산안을 둘러싼 대략적인 합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요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경고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세균 비상대책위원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 노동 정책을 싸잡아 비판하며 "선무당 같은 '초이노믹스'의 폐기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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