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먼드 정부수반 "영국에 속은 것".. 英 자치권 확대약속 신경전 가속화

오애리기자 2014. 9. 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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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부결 후폭풍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이 좌절된 후 '통합의 가치'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약속한 자치권 확대를 둘러싼 신경전이 가시화하는 등 주민투표를 계기로 불거진 내적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1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유서 깊은 세인트 가일스교회에서는 분리독립 찬반진영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통합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분리독립 캠페인 진영의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재무장관, 분리독립 반대 진영의 앨리스터어 스털링 전 영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정치인, 사회단체 지도자, 일반 시민 약 1000명이 참석했다.

알렉스 새먼드 자치정부 수반은 참석하지 않았다. 예배를 이끈 존 차머스 목사는 강론에서 "우리에게는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지금은 함께 걸어가야 할 때"라며 화합을 호소했다. 역사적인 주민투표가 분리독립 실패로 끝났지만,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결과에 승복하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주말을 보냈다. 찬반진영 간 충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현지언론의 평가다.

그러나 영국 정계 안팎의 갈등은 이제부터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패배 책임을 지고 11월 사임을 발표한 새먼드 수반은 2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은 영국의 자치권 확대 약속에 속은(tricked)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에 대한 국민투표를 밀어붙여 '탈퇴'할 경우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하는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를 다시 치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투표는 스코틀랜드 독립으로 향하는 여러 가지 길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분리독립 어젠다는 아직도 살아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도달하지 못한 먼 곳에 연연해하지 말자"며 겸허한 자세를 나타냈던 새먼드 수반이 이틀 뒤 "영국에 속았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은 이유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투표가 끝난 후 내놓은 '딴말' 때문이었다.

캐머런 총리가 21일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글에서 "영국 의회는 스코틀랜드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데 스코틀랜드 지역구 의원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법률 제정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치권 확대 시 의회 내 스코틀랜드 의원 활동도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

이에 대해 새먼드는 총리가 당초 약속했던 자치권 확대 문제를 '의회 투표권' 문제와 연결시키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격하게 비난했고,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도 총리 발언에 대해 '능수능란한 교묘함의 극치'로 몰아세웠다.

이처럼 비난이 쏟아지자 캐머런 총리는 "만약(if)과 그러나(but) 없이 자치권 확대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영국 정치 전문가들은 보수당 내 갈등 격화와 내년 5월 총선 때 극우 정당 '영국독립당'의 급부상 등을 전망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22일 당내 주요 인사들과 회동해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이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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