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스코틀랜드를 보는 중국의 걱정

베이징 2014. 9. 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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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홍콩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당시의 홍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직장 초년병 시절 홍콩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는 한 금융계 인사는 "홍콩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엄격하게 질서가 지켜졌던 곳"이라고 기억한다. 한 예로 "택시는 지정된 정류장에서만 섰다. 정류장 이외의 곳에서는 택시를 탈 수가 없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게 훨씬 택시를 빠르게 타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얼마 전 다시 홍콩을 다녀오고 나서 홍콩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돼 버렸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 너무나 '중국물'이 들었다. 돈만 아는 곳이 됐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아무 곳에나 오줌을 싸게 한다. 중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른 기업 임원은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일 0시를 기해 인민해방군이 국경을 넘던 모습을 보며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막연한 불안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2017년 시행될 홍콩 행정장관 직접·보통선거의 틀을 결정했다.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의 50% 이상이 지지한 사람만 행정장관 후보에 입후보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중국이 반대하는 사람은 행정장관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누구나 제한 없이 투표하고 입후보할 수 있는' 기본적인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대학생들은 동맹 휴업을 결의하고 삭발 투쟁도 마다 않는다.

중국은 아편전쟁 패배 후 155년 동안 영국에 빼앗겼던 홍콩을 되찾아 올 때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약속했다. 한 국가지만 두개의 체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덩샤오핑 흑묘백묘의 정치적 버전이다. 중국 정부는 아직도 홍콩에 일국양제가 적용되고 실천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홍콩의 자치권은 중앙정부가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는 누릴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양 언론들은 최근 홍콩 사태를 두고 중국이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한다.

역사학자들은 중국이 통일됐을 때 훨씬 더 부강했다고 기록한다. 그 때문인지 중국은 분열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용납하지 않는다. 일국양제를 강조하면서도 '홍콩의 중국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다. 신장위구르와 티베트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처절한 응징을 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18일(현지 시간) 실시되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는 지난 9일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 대한 사설을 게재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허용할 경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영국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고 영국은 유럽의 이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영국을 방문한 리커창 총리도 "강력하고 번영된, 통합된 영국을 보길 원한다"며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가 홍콩과 중국 내부의 독립 분위기를 자극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캐머런 총리는 2012년 11월 경제난을 겪고 있던 스코틀랜드에서 반잉글랜드 정서가 들끓자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허용하며 민심을 달랬다. 혹자는 정치적 오판이라고 비판한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운동을 이끄는 '예스 스코틀랜드' 대변인은 리커창 총리의 발언에 대해 당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중국 사람들과 달리 여기 있는 사람들은 9월 18일 자유롭고 민주적인 투표를 할 수 있다." 여기에 '홍콩 사람들과 달리'란 말도 덧붙이고 싶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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