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연이다④]'준비 안된 흡연자들' 직접 담배제조 나서

오동현 2015. 1.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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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대학생 최모(26)씨는 담뱃값 인상 소식을 듣고 작년 하반기에 전자담배를 구매했다. 하지만 용돈을 받아 쓰는 그의 입장에선 전자담배 액상 가격도 부담스럽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액상 제조법을 알게 됐다.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글리세린, 향료, 니코틴 등을 구매한 최씨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취향에 맞는 액상 제조에 성공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액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원재료에 대한 불신은 지울 수 없었다.

#2. 직장인 조모(35)씨는 최근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롤링담배를 구입했다. 시중의 담배와는 색다른 향을 즐길 수 있고 금전적인 절감효과도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특히 직접 담배를 만들어 피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중담배보다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도 들었다.

최근 흡연자들이 롤링담배와 전자담배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종전 2500~2700원 하던 담뱃값이 새해 들어 무려 2000원 인상돼 금전적인 부담을 느낀 탓이다.

현재 온라인 마켓을 통해 판매되는 전자담배 액상은 20㎖ 기준 1만~5만원대까지 가격과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꾸준히 액상을 교체해야 하는 만큼 또 다른 금전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국 흡연자들이 스스로 액상 제조에 나섰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액상 레시피'가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액상 원료들을 직접 구매해 제조하면 시중 가격 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액상 용량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자담배 판매량도 급증했다. G마켓에 따르면 전년대비 지난 한 달 동안 금연보조제 판매량은 2배 증가한 데 비해 전자담배 판매량은 11배나 증가했다.

전자담배 제조사 제시코리아 문기상(43) 대표는 "담뱃값이 비싼 미국처럼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전자담배가 꾸준한 인기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연초를 말아 피우는 롤링담배도 최근 흡연자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다. 연초(담배잎), 롤링기, 페이퍼, 필터 등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롤링담배는 연초의 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 개수를 늘리는 게 가능하다. 시중의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보다 금전적인 부분을 절약할 수 있고, 향도 다양하다.

다만 전자담배와 롤링담배 역시 건강적인 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접근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구매절차, 성인인증만 하면 OK

현행상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청소년에게 팔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담배를 살 때에는 허가된 판매처에서 신분증이 있어야만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복잡한 절차 없이도 구매할 수 있다.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민등록증이나 신용카드 등만 갖고 있으면 홈쇼핑 등을 통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롤링담배 역시 온라인 마켓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심지어 한 오프라인 전자담배 매장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전자담배를 담배로 보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이 흡연 행위를 모방하고, 니코틴 중독을 일으켜 결국 담배 사용으로 이어지게 한다"며 "이미 2011년 여성가족부 고시로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청소년들은 전자담배를 보란듯이 목에 걸고 다니기도 한다. 학교 측의 계도가 필요하지만 금연보조제라는 인식 때문에 쉽지 않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처장은 "보건복지부 지적과는 달리 청소년들 또한 전자담배를 담배로 생각하지 않고 금연제품으로 생각한다"며 "담배를 끊겠다며 아르바이트 해서 전자담배 비용을 마련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교복차림으로 전자담배를 피우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담뱃값 인상으로 청소년들의 금연율 상승 효과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풍선효과로 전자담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수제 담배, 유해 가능성 더 높을 수도

전자담배 판매업자가 전자담배를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금연보조 효과가 있다고 허위·과장 광고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의 경우 단시간에 니코틴에 노출되기 때문에 담배와 유사한 중독성을 야기할 수 있어 금연 보조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전자담배는 사용 용량에 제한을 갖기 어렵고, 흡연 습관에 따라 일반담배보다 니코틴 흡수량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자담배 기체에서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담배특이니트로사민과 중독 물질인 니코틴 등이 검출됐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처장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 특유의 역겨움이 없어서 서서히 니코틴에 중독된다"면서 "나중에 일반담배는 짜릿함으로 느껴져 더욱 손대기가 쉬워지게 된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전자담배의 액상은 제조공정상 순수 니코틴을 뽑아 만드는 것이 어려워 불순물이 섞이는 경우가 있고, 직접 만드는 액상의 경우 품질을 보증받을 수 없기 때문에 유해 가능성은 더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롤링담배의 필터 역시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일반 담배 필터와는 달리 유해한 미세 입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금연센터 신동욱 교수는 "초창기 중국에서 만들어진 전자담배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적도 있다"며 "롤링담배의 필터 역시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상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자담배나 롤링담배가 흡연양을 줄이는 효과를 낼수 있겠지만 완전한 금연을 원한다면 근본적으로 전문가와 상담 후 금연치료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연 교수는 "담배 1개비에 수명이 5분씩 단축된다. 하루 1갑씩 1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은 수명이 1개월 정도 단축되는 셈"이라며 "금연보조제인 니코틴 패치와 껌을 병행하는 것도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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