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아니다".. 머뭇대던 아랍권 反IS 연대 확산

손병호 기자 2015. 2. 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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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조종사 화형 후폭풍

"알라와 예언자 무함마드의 뜻을 거스른 행위다. 그런 자들은 코란에 나온 대로 사형에 처해야 하고, 사지에 못을 박아 매다는 십자가형이나 팔과 다리를 잘라버리는 형벌도 내려야 한다."

수니파 이슬람 최고 권위의 코란 해석기관인 이집트의 '알아자르'가 4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를 염두에 두고 발표한 성명이다. IS가 요르단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화형에 처한 것이 코란에 정면으로 위배됐다는 비판이다. 신이나 예언자가 아니고선 그렇게 가혹한 형벌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IS와 같은 이슬람 종파의 권위 있는 기관이 내놓은 비판의 강도가 자극적이어서 아랍 세계가 크게 놀라는 눈치다. 그만큼 IS의 잔혹성이 충격을 준 것이다.

조종사 화형 사건을 계기로 IS에 대한 아랍국들의 인식 및 국제 역학관계가 급변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뿔뿔이 흩어졌던 아랍 국가들이 '반IS' 연대에 나서고 있고, 미국과 영국에선 IS 사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자연스레 IS를 조기에 척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기사에서 "요르단 조종사의 죽음 이후 아랍 주변국들이 기존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종파를 떠나 IS의 만행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요르단과 같은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카타르 등은 물론 시아파인 이란과 시리아도 IS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IS의 세력 확산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던 터키도 반IS 연대에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시아파와 수니파가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는 IS의 조종사에 대한 화형이 같은 아랍 국가 구성원에게 가한 형벌치고는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랍세계에는 같은 무슬림으로서 '우정' 같은 게 있어 왔는데 IS가 이를 정면으로 훼손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란은 "IS의 행위는 이슬람이 아니다(un-Islamic)"라고 비난했다.

아랍 국가들의 반IS 연대 움직임은 날로 커져만 가는 IS에 대한 견제 차원이기도 하다. 전 세계 젊은 무슬림 사이에서 IS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고, 또 IS가 그동안 서방사회에 협조하는 기존 정권들을 전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쳐와 이번 기회에 IS를 '나쁜 집단'으로 규정해 놓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조종사 화형 사건은 IS에 대한 공습을 주도해온 미국과 영국의 개입정책을 더욱 강화시킬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일 지상군 투입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미 공화당을 중심으로 지상군 투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IS에 대한 공격의 최종목표에 대해 "IS를 완전히 격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역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국의 IS 공습 참여 정도가 6%에 불과하다"면서 영국군이 더 적극적으로 작전을 전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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