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인턴만?".. 그 말이 비수로 꽂혔다
[오마이뉴스 김다솜 기자]
취업 무경험자 백수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1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기사들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건 딱 내 처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대학을 졸업해 여태 '취업준비생' 딱지를 못 뗐다. 지난해부터는 대학원생이 됐지만 말 뿐이다. 학업이 아닌 취업을 위해 대학원에 왔다. 지금 당장의 소원이 있다면 대학원 졸업장을 받기 전에 취업하는 것. 대학원 2학년 1학기가 끝나가는 지금에 와서 보면 그 소원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 꿈은 기자다. 언론사 인턴 경험만 3번. 언론사 인턴을 하면서 여러 차례 눈도장을 찍었던 유명 국회의원은 "다른 언론사에서도 본 적이 있다"며 날 알아봤다. "그 회사 기자인 줄 알았는데 여기 또 있냐"며 반가워했다. "언제까지 인턴만 할 겐가. 이제 취업해야지." 마음써준다고 하는 말이었겠지만 비수로 꽂혔다. 나도 이제 인턴 그만하고 취업하고 싶은데….
언론사, 일반 기업 가릴 것없이 '경력' 선호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날락 거리는 취업사이트 채용공고란을 보면 신입기자 공고를 찾기 어렵다. 지난 4월에는 <MBC> 안광한 사장이 "신입 공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MBC>는 노조원을 배척하고 그 자리에 경력직을 앉히기 위한 술수겠지만 다른 언론사도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경력 채용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노조 탄압', '교육 비용 절감' 등 제각각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경력직 채용이 아프게 다가온다. 경력 기자 채용 공고에 나와 같은 처지의 언론사 입사 지망생들이 댓글을 달아 놨다.
▲ 대학원 동기들의 채팅창. 경력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속상한 건 취준생들의 몫이다. |
ⓒ 김다솜 |
"다 경력만 뽑네~ 우린 어디서 경력을 쌓지??"
<KBS> 경력사원 모집글에 달린 댓글이다. 어느 회사가 신입 공채를 안 뽑는다는 카더라 뉴스가 취업 게시판에 올라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심정은 참담하다. 기자 이외의 직업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경력직 채용이 늘어날수록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얼마 전 대학원 동기들 카톡방에서도 성토대회가 이어졌다.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언론인 지망생이 대부분이다) "취준생의 스펙 쌓기 열중부터 기업의 신입직원 교육 비용을 취업 희망자에게 전가하는 꼴","만약 진짜라면 피디는 이제 갈 곳도 없다"는 둥 다들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 유명 인터넷 채용 사이트의 구인광고란. 경력직 채용이 늘고 있다. |
ⓒ 김다솜 |
일반 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전 고등학교 친구가 지역 중소기업 재무팀에서 면접을 봤다고 전화가 왔다. "업무 관련 경험에 대해 회사가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지만 회계는 배워 나가는 게 가장 큰 영역이라 신입 채용 면접 질문의 80%를 차지하는 건 좀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전반적인 채용 시장이 '경력직 선호'로 흘러 가다 보니 직업 한번 못 가져본 취준생들은 울상이다.
이력서 속 경험은 '옛일'이 되고, 결국 '인턴'
▲ 언론사 채용정보 게시판에는 온통 '경력' 아니면 '인턴' 공고다. 신입 공고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
ⓒ 김다솜 |
언론관이나 취재 요령도 배우지 못한 채 인턴 생활을 마친 친구들을 많이 봐왔다. 이 순간을 더 절망스럽게 만드는 건 언론사 인턴에 대한 모 기자의 인터뷰였다. 그 인터뷰 속에서 언론사 인턴은 '언론사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준다'는 자사 홍보 수단이거나 단순 업무를 할 인력이 필요할 때 쓰이는 방법이었다.
대학 졸업 이후에 웬만하면 내 나이를 떠올리지 않으려는 버릇이 생겼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불 끄고 누워서 "내 나이가 몇이더라"하는 노인네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정도다. 올해는 26, 내년에는 27, 후 내년에는 28살이구나. 처음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을 때는 인턴을 하든 스터디를 하든 '막내'소리를 들었는데 올해부터는 막내 딱지도 떨어졌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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