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해외취업 허와 실] 교포 운영 업체서 '무늬만 해외인턴'

이정우 입력 2015. 3. 30. 19:05 수정 2015. 3. 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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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수 WEST프로그램 허술..성공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
전공 무관 시민단체서 잡무..한국계 업체서 '한국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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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와 관계없는 인턴 경력이어서 이력서에서 언급할지 말지 고민을 꽤 했어요."

2012년 정부에서 지원하는 글로벌 현장학습 프로그램인 'WEST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정된 A(29)씨. 경영학을 전공했던 A씨는 마케팅 쪽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5개월간 어학연수를 마친 뒤 배정된 곳은 전공과는 무관한 한 시민단체였다. 그에게 주어진 업무도 복사나 우편업무 등 허드렛일(잡일)이 전부였다. A씨는 "중간에 돌아갈까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중도에 포기할 경우 200만원에 달하는 항공료와 각종 비용들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어학연수 온 셈치고 억지로 기한을 채웠다"고 말했다.

WEST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4∼5개월의 어학연수를 마친 뒤 현지업체에서 6∼12개월가량 인턴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항공료를 비롯해 참가비와 생활비 등이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첫 시행된 2009년 이후 해마다 4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있는 업체에 인턴으로 취업한다.

'성공사례'로 언급될 만한 학생 수는 해마다 손에 꼽을 정도다. A씨처럼 자신의 전공과 맞지 않는 업체에 인턴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WEST 프로그램의 경우 출국 전 자신이 해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고용주와 인터뷰를 거치는 다른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과 달리, 어학연수를 마친 뒤 희망 업무가 결정된다. '전공 매치'가 원칙이지만 현지 업체들의 사정 등에 따라 미스매치(수요·공급 불일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해외취업 알선업체 관계자는 "설사 전공과 맞는 업체더라도 인턴에게 주는 업무가 대부분 잡일인 경우가 많다"며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지원자는 직무체험이 아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무료 어학연수나 스펙 쌓기 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100% 전공에 맞춰 배정하고 있다"면서도 '학생 전공-업체 배정 현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으며 그런 자료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영어조차 제대로 배우고 오지 못한 경우도 있다. WEST 프로그램에 지원해 미국으로 떠난 B(28)씨 역시 어학연수 후에 통관업무 관련 업체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사무실에 첫 출근한 그를 반겨준 것은 20명 남짓의 한국인들이었다. B씨는 "전화 업무 외에 사무실에서 대화의 대부분은 한국말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미국업체(단체)에서만 인턴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계 한국인 등이 운영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WEST 프로그램 해외인턴업체명 리스트에도 'Korea'(한국)가 들어가는 등의 한국계 업체 및 단체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 다른 해외취업 알선업체 대표는 "4∼5개월 어학연수를 받은 정도로 비즈니스 영어를 쓰기가 쉽지 않다"며 "인턴이라 하더라도 미국업체에서 굳이 돈을 주며 영어를 못하는 직원을 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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