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김수창 면죄부' 아프니까 치료가 먼저다?

이예진 입력 2014. 11. 26. 16:47 수정 2014. 11. 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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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치료가 먼저다'

바바리 맨 검사 파문을 일으킨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에 대한 검찰의 결론입니다. 김 전 지검장은 유죄지만 형사 처벌은 받지 않습니다.

이유는 정신병을 앓고 있고 치료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공연 음란죄는 어떻게 성립되나?

'공연 음란죄'는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조항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 범죄사실이 인정되려면 목격자, 즉 피해자가 꼭 있어야 합니다. 늦은 밤 어두운 공원에서 혼자 음란행위를 한 모습이

CCTV에 찍혀도 본 사람이 없으면 무죄입니다.

반면에 자신의 집 안에서 음란행위를 했더라도 밖에 지나던 사람들이 봤다면 공연 음란죄가 인정됩니다.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는게 아니라, 원치 않는 상대방에게 음란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 범죄사실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김 전 지검장의 경우를 적용해 보면,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한 모습이 CCTV에 분명하게 찍혀있고 목격자도 있기 때문에 공연음란죄가 성립됩니다. 그래서 유죄입니다.

■길거리였지만 보여줄 의도는 없었다?

'의도한 것이 아니다'

보여주려고 음란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게 김수창 전 지검장의 길거리 음란행위에 대한 검찰의 해석입니다. '의도'가 없었단 겁니다. 성 선호성 장애를 앓고 있는 김 전 지검장의 욕구가 잘못된 형태로 분출돼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했을 뿐,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려고 한 건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를 지나가던 여고생이 우연히 봤을 뿐... 범행이 일어난 건 여고 주변,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는 시간, 시내버스가 다니는 7차선 대로변이었습니다. 주변의 CCTV에도 5번이나 찍혔습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가 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보여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그간 억눌렸던 분노가 이성적으로 통제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표출된 병리현상이라는 전문의의 소견도 덧붙였습니다. 자신을 보고 놀라는 상대방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바바리맨, 일명 변태와는 분명히 다르단 겁니다.

■검찰 시민위원회의 결정 '기소유예'

'시민 위원회의 결정을 따랐다'

석 달이나 걸렸습니다. 지난 8월 13일 새벽 김 전 지검장은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현행범으로 경찰 지구대에 잡혀가 밤을 보냈습니다. 이후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일반인과 똑같이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정한 수사를 위해 광주고검의 차장검사를 제주지검장 직무대리로 발령했고 이 사건을 맡겼습니다. 그리고는 두 달이 넘게 지나서 검찰의 시민위원회도 열었습니다.

시민위원회는 지난 2010년 검찰이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겠다며 생겨난 제도입니다. 당시 성접대 검사 파문이 있었죠. 검찰시민위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을 갖춘' 일반 시민들이 대상입니다. 검찰은 직업, 연령, 성별, 거주지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어떤 인물이 위촉돼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사건에 대해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시민위원회는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 등에 대해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의견을 냅니다. 시민을 대표해서 선발된 사람들이 대표해서 일반인들의 생각을 듣는다는 취집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11명의 시민위원 가운데 1명이 기소의견, 1명은 무혐의, 9명이 기소유예 의견을 냈습니다. 검찰은 이를 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주변의 여론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정론도 일부 있었지만, 일반적인 공연음란에 대한 검찰의 처분과 같을까요?.

■전 제주지검장은 환자다?

'제 식구 감싸기'

저도 법 해석이 어렵습니다. 다만, 공연음란죄를 저지르면 벌금을 낸다는 정도로 상식선에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서울 북부지법에서 난 판결을 볼까요. 32살의 한 남성이 차 안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음란행위를 해서 기소됐습니다. 법원은 사람에게 벌금 100만원과 성치료 프로그램 이수 16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초범이고 범죄 사실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양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9월에 발생했는데 벌써 판결까지 나왔습니다. 8월에 발생한 김 전 지검장은 이제야 검찰의 결론이 나왔을 뿐인데 말이죠. 또 이 남성은 형사처벌을 받았지요.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이나, 과거 우울증을 앓은 전력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일까요?

지난 8월, 사건 발생 직후 법무부는 김 전지검장의 사표를 받아 면직 처리했습니다. 이에 대한 내부비판도 있었습니다. 검사가 내부 통신망에 공연음란행위로 정식 재판에 넘겨지면 면직 해임이다. 그러니 사표를 받아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죠. 면직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파면은 법조인으로서 자격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크죠.

결국, 김 전 지검장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면직 처리한 법무부의 결정도 문제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번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잊혀질 일만 남았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김 전 지검장은 여전히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평생 동안 노력해서 쌓아온 명예와 사회적 지위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으니 그렇겠죠. 그렇지만 그 정도 죄 값은 치러야하지 않을까요.

☞바로가기 [뉴스9] '음란행위' 김수창 전 지검장 기소유예…제식구 감싸기?

이예진기자 (yeji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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