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당초 海警·소방청 해체 발표가 성급했다

2014. 11. 1.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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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31일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뒤 새로 생기는 국민안전처 산하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로 편입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두 본부장은 차관급으로 그대로 유지하고 예산·인사의 독자성도 부여키로 했다. 또 해양 발생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해경에 그대로 주기로 했고, 현재 지방공무원인 소방공무원의 국가공무원화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소방청은 10년 만에, 해경은 18년 만에 독립성을 잃고 부처 산하 조직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했던 내용과는 달리 두 기관의 권한과 기능, 조직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결정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의 초기 구조에 실패한 책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은 기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운영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기구를 이리저리 옮긴다면 온전한 부처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해경은 기본 업무 중 하나가 해난 구조와 우리 어선 보호이지만, 해양 주권(主權)을 수호해야 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우리와 바다를 맞댄 나라들은 모두 해경을 키우고 있는데, 우리만 해경을 구조(救助)와 안전 중심 조직으로 바꾼다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향인가.

소방방재청은 10년 전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원 서명운동을 벌여 독립청으로 발족했다. 재난 현장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 할 사람들의 처우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어렵사리 이뤄진 조직 독립이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더구나 소방청은 세월호 사고와 직접 관계도 없다. 정부는 31일 소방청 해체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소방청장과 차장을 동시에 경질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했다. 무리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경·소방청을 국민안전처 산하로 옮긴다는 결정은 세월호 사고가 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때에 청문회나 전문가 간담회 한번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내려졌다. 우리는 큰 사고가 나면 그때 일시적으로 조성된 흥분된 분위기나 감정에 영합하는 즉흥적 결정을 너무나 쉽게 내리고 있다. 이제는 대통령이 해버린 발표를 거둬들이기도 어렵고 기구와 조직이 무슨 죄가 있어 없애느냐는 반론에도 답변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결국 양쪽을 적당히 무마하는 결론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야당은 다음 대선 때 정권을 잡으면 해경과 소방청을 모두 원상 회복시키겠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당의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 불과 3년 후에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낭비는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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