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세월호 법' 안전사회 첫걸음

박주민 | 변호사 2014. 10. 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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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당했다. 아니다. 아니 단지 우리가 먼저 당했을 뿐이다." 농성장을 방문한 대학생들에게 세월호 유가족 중 한 사람이 한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안전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지난주 초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으나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이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을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모였던 시민들 중 16명이 환풍구 아래로 추락하여 숨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환풍구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기준도 없었고, 행사장에 배치될 것이라던 안전요원도 없었다. 주최자 중 하나는 이윤을 위해 비용을 대폭 줄이는 대신 보다 많은 인원을 들이기 위해 무대위치를 변경했다고 한다. 사고 후 누가 책임자인지를 밝히는 작업은 쉬워 보였으나 성과가 나질 않고 있다. 얼핏 세월호 참사와 너무 유사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전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가 명확히 밝혀져야 하고, 그를 기반으로 해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안전을 위해 다중이용시설과 안전관련 법령을 점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세월호특별법을 원래 취지와 다르게 훼손하여 왔다. 우리 사회 폐부에 대해 성역없는 조사와 수사가 가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사권과 수사권에 대해 수많은 장벽들을 설치해 온 것이다. 심지어 3차 협상에서는 특검후보군을 여야의 합의만으로 형성하게 함으로써 특검후보군 형성에 여당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더 나아가 여당과 야당이 정치적으로 야합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사람을 특검으로 만들 수조차 있게 했다.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검찰은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3차 합의가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의혹은 단지 의혹일 뿐이라며 모든 의혹에 면죄부를 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갤럽이 공개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국민의 55%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대 58%, 30대 73%, 40대 57%가 위와 같이 생각하고 있어 검찰이 발표한 종합수사결과는 국민들의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자들이 자신들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혹은 소수의 안전과 이익만을 챙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최근의 사이버감시 등을 보면 국민의 안전을 챙기기보다는 위에는 충성과 아부를, 아래에는 감시와 통제를 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승객을 보호하는 선원이 없는, 위험한 환풍구에 올라가지 말라는 안전요원이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스스로 위험한 상황임을 알아차리고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탈출의 첫발은 안전사회를 목표로 했으나 이제는 여당과 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세월호특별법을 복원해나가는 일일 것이다.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하는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를 이전과는 다른 사회로 만들기 위한 것이 바로 세월호특별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로할 생각 하지 말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세월호 가족들의 이야기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10월 말까지 세월호특별법을 마무리짓겠다는 정치권 내부의 약속이 자신들의 이익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주민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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