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은 가슴에 묻어야 하나

2014. 9.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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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정확히 세월호 참사 5개월째 되는 날이었다.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 '특별검사 추천위원회의 여당 몫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거쳐 추천한다'는 여야의 2차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가협상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지리멸렬하고 무력한 야당과 소극적 태도와 모르쇠로 일관해온 여당·청와대의 4개월에 걸친 줄다리기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아울러 유족들의 단식과 노숙의 목숨 건 호소를 일거에 깔아뭉갰다.

박 대통령은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가 본질을 벗어났다고도 했다.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는데, 외부세력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제나 저제나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던 유족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유족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피해보상이나 도모하라는 최후통첩으로 들렸다. 참으로 냉혹하고 잔인한 대통령이다.

유족들과 다수 국민은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국가의 안전에 대한 철학과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4·16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기를 원하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세월호 선사와 일선 공무원만이 아니라, 선박침몰 시 구조과정에서 빚어진 정부의 부실대응,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조사를 의미한다. 재발방지대책 마련의 전제다. 그런데 대통령은 세월호 선주인 고 유병언 씨 일가와 하위급 관련 공무원 선에서 책임 소재를 한정하겠다는 의도다.

전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적폐 척결이니 관피아 해체니 하는 약속은 사라지고 국가대혁신은 구호로만 끝나게 될 것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두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세월호 참사는 잊혀질 것이다.

미국은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9·11 테러 발생 전 정부의 잘못을 조사하기 위해 현직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까지 조사했다. 우리도 진심으로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혁신하고자 한다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자신들의 잘못이나 책임은 회피하고 아랫사람들을 희생양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래서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한 치도 달라지지 않고, 결코 부실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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