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세월호' 발언, 막힌 政局 푸는 데 도움 되겠나

2014. 9. 17.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일부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을 결단하라고 하는데 이는 삼권분립(分立)과 사법 체계 근간(根幹)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여당이 야당·유가족 동의를 받아 특검추천권을 행사토록 한) 여야 2차 합의안은 실질적으로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국민에게) 돌려 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야당이 세월호특별법에만 목을 매며 민생과 국회를 내팽개치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의 반대 여론이 80%를 넘고 있다. 유가족의 수사권·기소권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국민이 다수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런 다수 국민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선 국정(國政) 총책임자로서 선거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집권 2년차를 이렇게 허송하고 있는 게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 동안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정치권이 협상할 일"이라며 철저하게 '불간섭' 원칙을 지켜 왔다. 여당 안에서조차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야당과 유가족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며 스스로 무대책을 비판할 정도였다. 여야 협상은 유가족의 고집에 야당 내분(內紛)까지 겹쳐 타결의 기약이 없는 상태다. 정부·여당에도 점점 부담이 커지면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치고 있다. 하필 이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 야당과 유가족 주장을 일축하고 여당에는 협상 한계선(線)까지 그어준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은 이날 발언이 정국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악재(惡材)가 될지 좀 더 고민해봤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元首)이면서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首班)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를 존중하고 예우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의무이자 예의다. 대통령이 유가족의 수사권·기소권 요구를 내치면서 국회에 행정부의 수사·기소 독점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한 명분도 삼권분립이었다. 그런 대통령이 이날 '세비(歲費) 반납'까지 거론하며 입법부를 몰아세웠다. 뭔가 앞뒤가 매끄럽게 넘어가지 않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度)를 넘고 있다"며 "이것은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자신을 방어하면서도 야당이 의혹을 제기해 온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는 정치적 해석을 낳고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세월호처럼 사회적 갈등과 이견이 심한 사안일수록 대통령은 시기와 장소를 가려 때론 하고 싶은 말도 참고, 내지르고 싶은 소리도 누를 줄 알아야 한다. 자신과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으려면 그런 절제와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게 진정한 정치력이고 제대로 된 리더십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과연 최적(最適)의 시기에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갖췄다고 판단해 내놓은 것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사설] 野 내분에 막혀 더 이상 국회가 멈춰 서 있을 순 없다

[사설] 경기 東部, '밀양'보다 몇 배 심각한 송전탑 갈등 닥치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