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새누리당이 27일 세월호 유가족과 2차 면담을 갖고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의 해법을 모색했으나 돌파구를 찾는 데 실패했다. 양측은 주말을 넘겨 다음달 1일 3차 면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로써 8월 임시국회 내 특별법 처리는 물 건너 가게 됐고 9월1일 정기국회 개회식 등 의사일정의 파행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유가족과 불신의 벽을 허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여 향후 협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표단과 2시간50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25일 첫 만남처럼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은 특검 추천권의 일부 양보 여지를 보이며 의사를 타진했으나 가족대책위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사법체계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진전보다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니 양측 모두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며 "자꾸 만날수록 서로 간 이해의 폭이 좁혀질 것이다. 1일에는 보다 진전된 말을 나눠야한다"고 말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전혀 진전된 게 없다"고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닷새나 뒤인 내달 1일로 3차 면담이 잡힌 데 대해 "우리는 내일 만나자고 했으나 유가족이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시가 급한 여당 처지를 감안해 유가족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내에서 타협의 필요성과 압박이 강해지고 있어 3차 면담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가족이 소통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기대감을 반영한 행보로 여겨진다. 3차 면담에서 쟁점이 특검 추천권 문제로 좁혀지면 새누리당이 여야의 재합의안보다 진전된 카드를 내놓고 절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당 내부적으론 새정치연합과 유가족이 특검 추천위원 후보군을 제시하면 그 안에서 2명의 여당 몫을 선정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조사 대상을 한정하고 유족과 야당이 요구하는 인사를 여당이 추천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당 지도부는 당초 여야의 재합의안보다 특검 추천권을 양보하는 것에 반대했으나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수용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마비 상황이 길어질수록 각종 민생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차질이 커지고, 그만큼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정국 파행이 장기화함에 따라 당내에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19일 대국민담화문에서 '사고의 최종책임은 제게 있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지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회의 중 옆자리에 앉은 김무성 대표에게 '치야자 치상자야, 도야자 도상자야(治也者 治常者也, 道也者 道常者也)'라고 적은 메모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비자에 나오는 글귀로, '정치는 일상을 다스리는 것이고, 도는 상식적인 것을 이끄는 것'이란 의미다.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대통령도 유가족을 만나는 게 맞다"고 촉구했다. 정미경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인정하되 적어도 수사와 기소를 아는 (법 전문가)분들로 진상조사위를 채우고 돌파구를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