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 하지 마시고 제대로 된 특별법 만들게 도와주세요"

입력 2014. 8. 23. 21:23 수정 2014. 8. 23. 2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 김시연 양 엄마 윤경희 씨 시민들에 호소…청와대 행진 막는 경찰, 시민들 항의 "유가족 만날 것, 비켜라"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을 만나러 가려는 시민들이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세월호 참사 일부 유가족들과 시민 2000여명은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유가족 면담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결단을 요구했다.

이날 국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약속이행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참사 초기 유가족들의 뜻을 담아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고 단원고 학생 김시연양의 어머니 윤경희씨는 "저희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친구들과 같이, 무서워하는 친구들이 기도해주면서 다 같이 모두 수학여행 잘 다녀올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던 아이가 사고 6일만에 혼자서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 단원고 학생 고 김시연 양 어머니 윤경희씨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윤씨는 "저희는 팽목항에서 그렇게 힘이 없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와서 전국으로 서명운동을 다녔고, 지금은 청와대로 국회로 광화문으로 그리고 유민아버님 단식까지…. 팽목항에서 힘이 없던 부모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싸우고 있"면서 "여러분도 지겹다, 지겹다 하지 마시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이경한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세월호 사고가 있고 나서 12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것도 분명히 바뀐 게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전반적으로 바꾸자고 대통령이 말했는데도 실제 고통받고 마음 아팠던 사람들이 알고 싶었던 진실 중 어느 단 하나도 드러나지 않고 정부와 여당, 야당까지 가세해 뭉개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3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대회 ⓒ조수경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는 25일 오후 4시 교수들, 동문들과 함께 대학 정문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유가족들이 바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 총학생회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대통령이 결단하고 여야가 받아주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마음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소설가 이시백씨는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을 담은 편지글을 낭송했다. 이시백씨는 편지에서 "너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귀에 생생한데, 어깨를 주물려주던 너의 손길이 아직도 따스한데 너는 어째서 차가운 물속에 누워있느냐"라고 했다.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이씨의 절절한 편지글에 국민대회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유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렀다.

"배를 지키는 선장과 승무원들이 사람의 양심을 지녔더라면, 해경과 관리 기관들이 조금만 더 성실했더라면, 이 나라가 서둘러 달려갔더라면. 달려가 물속의 제 아이를 구하듯 배 안으로 달려 들어갔더라면. (중략) 네가 철문을 손톱이 닳도록 긁어대던 이 시간에 이 나라 대통령과 어른들은 무엇을 했단 말이냐. 탐욕과 비리와 무능의 이 나라가 너를 물에 잠기게 했다."

양한웅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심을 거스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역사다. 박근혜는 민심을 알고 열사를 알아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국민대회 참석자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이날 국민대회에서는 2009년 가족을 잃고 6년째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는 용산참사 유가족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고 이상림씨 부인이자 당시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으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충연씨의 어머니인 전재숙씨는 "젊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얼마나 자식을 가슴에 안고 울고 뒹굴었을지 저는 안다"면서 "저도 아들을 감옥에 넣고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상을 알리기 위해)길거리를 헤맸다. 함께 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 나라 정부와 싸우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고 무엇을 하든 여러분이 있기에 저희가 있고 국민이 있고 시민이 있다"고 격려했다.

▲ 경찰에 가로막힌 국민대회 참석자들. ⓒ조수경 기자

시민들은 국민대회가 끝난 뒤 청와대 앞에서 이틀째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노숙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들은 이들 앞을 막아섰다. 시민들은 "비켜라"라며 평화행진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해산 명령만 되풀이했다.

시민들의 계속된 행진 시도를 경찰들이 가로막자 몇 차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경찰이 불법적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제는 차벽으로 완전히 둘러쌓다"라고 항의했다.

▲ 청와대 행진을 가로막자 시민들과 경찰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났다. ⓒ조수경 기자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