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살아도 사는게 아니다"

강신우 2014. 8. 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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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빠' 김영오씨, 세월호法 단식 40일차 병원이송
병원이송 후에도 단식 고수.."유민이 볼 낯이 없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째 단식 중이던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22일 병원에 실려가 안정을 취하고 있다. 사진=강신우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김영오(고 김유민양 아버지)씨가 광화문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40일째인 22일 오전 7시. 김씨의 혈액 당수치는 57을 가리켰다. 정상적인 혈당수치는 80~120 수준. 그의 몸 상태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김씨는 심한 현기증 증세를 보였다. 결국 이날 김씨는 들것에 실려 서울동부시립병원으로 오전 7시50분께 이송됐다.

김씨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혈당수치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55. 김씨를 담당하는 이보라 내과의사는 "이정도 혈당수치면 심각한 현기증·어지러움·의식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장기간 단식하신 분에게 부족한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원소들을 보충하는 수액 치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14일이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두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있는 천막 안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 바뀐 것은 없었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안을 놓고 협상과 재협상을 거듭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유가족들의 안은 어느샌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여야간 최대쟁점은 특검추천 부분이었다.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수사권과 기소권은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특검추천은 추천위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각각 2명씩을 추천하도록 상설특검법에 명문화돼 있다. 여야는 지난 19일 야당과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 여당이 특검 2명을 추천하는 안으로 협상했다.

결국 유가족들은 여야의 재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족총회까지 연 결과 유효표 162표 중 반대표는 132표. 이 압도적인 결과 앞에서 김씨는 단식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이날 병원에 이송된 이후에도 단식 입장을 고수했다. 유가족들과 병원측의 설득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준비한 200mm 용량의 작은 미음은 그의 방 앞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유경근 유가족 대변인은 김씨의 병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민이 아빠가 '제대로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멈출 수 없다. 특별법 제정되는 것을 못 보고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없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씨의 병실엔 나흘째(22일 기준) 동조단식을 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함께 있었다. 문 의원은 병실을 나오면서 "유민아빠가 단식을 중단하는 게 중요한데, 아직은 음식을 먹고 있지 않고 있다. 저는 적어도 조금 더 (단식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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