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前 자살 예고.. 장교·부사관 아무도 몰랐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14. 8.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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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동반 자살한 육군 28사단 소속 관심병사 2명은 동료에게 자살을 예고했고 상급자에게 그런 사실이 보고까지 됐는데도, 군에선 이들의 자살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기도 광주에서도 또 다른 관심병사가 총기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군 당국의 관심병사 관리 허점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28사단 예하 부대의 같은 생활관(동기 내무반)에서 복무했던 A 상병과 B 상병은 자살 시도를 했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은 관심병사였다. 집이 서울인 A 상병은 B급, 집이 광주광역시인 B 상병은 A급 관심병사로, 입대 후 군 복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각각 8회, 7회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상병은 지난 5월 2일 인성 검사 때 자살 예측 판정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고, B 상병은 작년 인성 검사 때 자살 충동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다고 육군은 밝혔다. 두 상병은 지난 2월 복무 부적응 병사를 대상으로 사단급 부대가 운영하는 '비전 캠프'에 입소했고, B 상병은 지난 7월 군단급 부대에서 운영하는 '그린 캠프'에도 입소했다.

지난해 8월 부대에 전입한 B 상병은 지난해 10월 자살을 시도하고 11월엔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부대 측은 지난 1월 선고 유예를 한 뒤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과 함께 조기 전역 조치를 내리려고 했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 확인된 바로는 (B 상병의) 모친이 현역 부적합으로 하는 것을 반대해서 계속 복무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B 상병은 지난 6월 말 후임병(일병)에게 "8월에 (A 상병과) 동반 자살하려 한다"고 얘기했고 이 얘기를 들은 후임병은 분대장(상병)에게 보고도 했다. 그러나 분대장이 간부(장교·부사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간부들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당시 분대장은 동반 자살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군 수사 당국은 가혹 행위 등 동반 자살 동기를 집중 조사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A 상병이 근무하던 중대본부로 B 상병이 전입해 온 뒤 두 사람이 가깝게 지내면서 동반 자살을 모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숨진 장소에서 발견된 B 상병의 다이어리에선 지난 6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기록이 담긴 메모 3장이 발견됐는데, 여기엔 선임병에 대한 욕설과 함께 '죽여버리고 싶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A 상병도 군 생활이 힘들었다는 메모를 지니고 있어 군 당국은 가혹 행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B 상병이 거명한 선임병은 같은 본부중대 행정병으로 B 상병과 같은 A급 관심병사라고 육군은 밝혔다. 이 선임병은 두 동반 자살자보다 6일, 11일 일찍 부대에 전입했다. 군 당국은 윤 일병 사건처럼 이번 사건 조사에도 의혹이 제기될 것을 우려, 국가인권위와 민간단체 등과 공동 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장병 4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군 당국의 자살 사고 예방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방부의 '군 사망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이날까지 10여년간 자살 장병은 총 823명에 이른다. 연평균 자살자는 2004∼2008년 72.6명이었으나 2009∼2013년에는 82.2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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